박근혜 정부는 법조인(김용준, 정홍원, 안대희), 언론인(문창극), 정치인(이완구) 출신의 다양한 카드가 모조리 실패로 돌아갔다는 ‘총리 트라우마’를 없애기 위해 숙고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에선 차기 총리 후보로 도덕성이 검증된 고위관료 출신이 적합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당 원내대표 출신인 이 총리가 취임 초 ‘부패척결’을 부르짖다가 자신이 ‘부패 의혹’에 휘말린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준에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윤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금융감독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는 등 ‘정권 색깔’과 무관하게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이 가자 큰 강점이다.
아울러 이 총리 사의 표명으로 직무대행을 맡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의 총리 기용설도 나온다.
이 전 장관은 팽목항 현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동고동락하며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된 인물이다. 지난해 11월 세월호 일부 유가족들이 장관직 유임을 정부 측에 요청할 정도로 ‘진심’을 인정 받았다.
최·황 부총리와 함께 친박 인사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데다 국정과제 추진의 동력을 계속해서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최 부총리와 황 부총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말께 친정인 새누리당으로의 복귀를 강력히 희망할 수 있고, 이 전 장관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 부총리 등의 기용이 현실화될 경우 후임 부총리 인선으로 개각 범위가 커지고 내각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단점이다.
박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위한 성완종 의혹의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한 만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총리로 기용할 것이라는 여권 일각의 관측도 있다. 그러나 황 장관은 대표적인 공안통 검사 출신인데다 현재의 사정정국을 불러온 지휘선상에 있다는 야당과 여론의 반발이 예상된다.
도덕성을 부각시킨다면 조무제 전 대법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후보로 거론되지만 본인들의 고사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황찬현 감사원장 등 현 정부에서 검증된 무난한 인사를 기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인 출신으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검토대상이 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연히 실무적 준비 절차는 진행될 것이고, 박 대통령 귀국후 여러가지 변수를 두루 고려해 신중하게 인선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