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명재상으로 추앙받는 황희 정승이 간통도 하고 온갖 부정 청탁에 뇌물에 이런 일이 많았다는 겁니다. 그래도 세종대왕은 이 분을 다 감싸 명재상을 만들었다는 건데요. 이것도 곡해해서 온갖 못된 걸 다 하는 사람이 총리가 되느냐 이런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의 됨됨이나 사소한 과오 같은 걸 덮고 큰 걸 보고 정치적인 결단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22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한 ‘황희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 발언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인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국무총리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김 의원은 “일국의 총리는 인품도 갖추고 훌륭한 분이 와서 잘 끌어줘야 하는데 정말 훌륭한 분들은 안 하려고 한다”면서 “(야당이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것저것 다 뒤집어서 사소한 것부터 온갖 걸 다 쑤셔놓는데, 점잖은 선비들이 이걸 하려고 하겠느냐”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김 의원은 또 야당의 ‘인사 검증’ 공세에 대해 “이래서 정말 우리가 인물을 키우지 못하고 오히려 씨를 말린다”고 했습니다.
같은 날 김 의원은 PBC라디오에 출연해 이 총리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현대판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정부와 당이 원칙 없이 여론에만 휘둘려 이 총리가 물러났다는 겁니다.
글쎄요. 김 의원이 이 총리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자유지만, 국회의원이라는 무거운 자리에 있는 만큼 조금 더 신중하게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결국엔 황희 정승과 이 총리를 ‘동급’으로 만든 김 의원의 발언에 장수황씨(長水黃氏) 대종회가 단단히 뿔났습니다. 대종회는 원로회의와 회장단 회의를 긴급 소집해 김 의원을 상대로 구체적인 대응 방안과 수위를 정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의원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희생자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어록’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세월호 실종자 수색 종료 및 선체 인양을 주장했습니다. 김 의원은 당시 법제사법위원회의 국감에서 “수색을 할 만큼 했다”며 “잠수사 2명, 헬기 추락으로 숨진 소방대원 5명 등 모두 11명이 사체를 인양하기 위해 희생됐고 하루에 수색비용만 3억5000만원, 사체를 인양한 후 들어간 비용만 300억원이 이미 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김 의원은 실종자 수색이 종료되자 말을 바꿉니다. 수색 종료 선언 이틀 만에 그는 “인양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해봐야 한다”며 선체 인양 반대의 뜻을 밝혔습니다. 당시 그는 “과연 (실종자 9명의) 시신이 확보될 지도 보장이 없다. 시신을 위해서 이렇게 많은 힘든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인양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일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맙시다. 괜히 사람만 또 다칩니다. 대신 사고해역을 추념공원으로 만듭시다.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라고 적어 비난 여론이 일었습니다.
김 의원은 게의치 않고 다음날 또 ‘세월호 인양, 이래서 반대한다(3不可論)’이라는 제목으로 “원형보존 인양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고. 인양 시 추가 희생이 우려된다”며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2일 ""세월호를 원형 그대로 인양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해양수산부 산하 민·관합동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태스크포스는 넉달여 동안 연구를 통해 해상 크레인과 플로팅 독을 투입해 누워 있는 상태 그대로 통째로 인양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결론낸 것입니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세월호 같은 대형선박을 절단하지 않고 통째로 인양하기로 결정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며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회분위기가 매우 유감스럽다”며 ‘몽니’를 부리고 있습니다.
실종자 수색 중단을 주장할 땐 세월호를 인양하자고 했다가 ‘통째 인양’이 가능하다고 하는데도 인양 반대를 외치는 김 의원의 행보는 정치적 선택이 아닌 상황 변화에 따른 무책임한 말바꾸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그의 행보는 어떨까요?
김 의원은 2012년 국회에 입성한 후 ‘막말’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해 17년 간 검사 생활을 했습니다. 과거 논란이 된 주요 발언들입니다.
“담임 선생님이 전교조는 아닌 모양입니다. 이래서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국정원 지침엔 나 빼곤 모두 심리전 대상이다.”
“(1살 차이인 정청래 의원에게) 나이도 어린 것이 왜 반말이야?”
“이번에 파리에서 시위한 사람들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겠습니다.”
“야당은 아이들이 떼쓰는 것처럼 과자 안 사주면 밥 안 먹겠다고 생떼를 부린다.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들 버릇을 고치기 위해선 밥을 굶겨야 한다.”
세월호 선체 인양과 관련해 말을 바꾼 김 의원이지만 ‘막말’에서 만큼은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2013년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 현장에서 자신의 노트북으로 일간베스트저장소 사이트를 보고 있다가 한 인터넷 매체에 포착돼 구설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일베하면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비하 막말을 빼놓을 수 없죠. 여성 비하도 심각하고요. 김 의원은 당시 ‘일베 의원’ ‘일베의 지존’ 등의 꼬리표가 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아직도 일베하시나요?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