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이슈 리마인드] ‘호갱’ 탈출 앱 ‘텐창렬’ 인기…‘질소과자’ 못 참겠다 반격 나선 소비자들

[김민석의 이슈 리마인드] ‘호갱’ 탈출 앱 ‘텐창렬’ 인기…‘질소과자’ 못 참겠다 반격 나선 소비자들

기사승인 2015-04-24 15:00:55
‘텐창렬’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텐창렬’ 애플리케이션 1위 랭크 ‘초코 호두과자’ 상품 댓글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창렬하다’ ‘창렬스럽다’ ‘창렬화되다’

지난해부터 인터넷과 SNS에서 떠도는 유행어입니다. 겉포장과 달리 내용물의 양이 크게 적거나 질이 형편없을 때 쓰는 말인데 주로 먹을거리에 이 표현이 붙습니다.

여기서 ‘창렬’은 그룹 DJ DOC 출신 원로 가수 김창렬과 관련이 없지 않습니다. 연예인인 그의 이름은 왜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게 된 걸까요. 유래는 이렇습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2009년 김창렬을 모델로 내세운 ‘김창렬의 포장마차’라는 PB상품(유통업체가 제조업체와 제품생산을 위탁한 후 유통업체 브랜드로 내놓는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네티즌들 사이에서 “비싼 가격에 비해 맛이 없고 양도 적다”는 말이 꾸준히 돌았습니다. 그러다 한 네티즌이 ‘신림동 순대볶음’의 내용물을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뒤를 이어 ‘곱창구이’ ‘족발이랑 편육이랑’ ‘마늘 닭강정’ 등도 ‘낮은 퀄리티’를 자랑해 구설에 올랐습니다.

과대포장 대명사 ‘창렬 푸드’ 유례는?

소비자들은 분노했습니다. “먹다 남은 찌꺼기로 만든 것 같다”라거나 “그냥 줘도 먹기 힘든 수준” 등의 댓글과 함께 ‘창렬하다’라는 신조어도 이때 생겨났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창렬 시리즈’가 다시 언급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 8월 ‘질소과자’가 논란으로 떠오르면서부터입니다. 질소과자로 소개되면 어김없이 “창렬”이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양이 줄거나 질이 나빠진 과자에 대해선 “창렬화되다”라는 표현이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의미가 확장되더니 먹을거리를 넘어서 연필, 칫솔, 화장품 등 과대 포장된 모든 상품에 ‘창렬’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습니다.

급기야 최근엔 과대포장이 심한 상품을 정리해 보여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름은 ‘텐창렬’입니다. 이 어플은 ‘전 국민 편의점 호갱탈출 프로젝트’를 내걸고 지난 3월 5일 앱스토어에 등록했지만 화제를 모으지 못하다 지난 21일 아이폰 앱스토어 인기검색어에 오르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분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용자가 자유롭게 올리고 싶은 식품을 직접 심판대에 올리는 ‘실시간 창렬’과 앱 이용자들이 매긴 ‘창렬지수(추천·반대)’로 순위를 매긴 ‘HOT 창렬’입니다. 창렬지수 올리기는 ‘이거 완전 창렬이네?’라고 돼 있고 창렬지수 내리기는 ‘이게 무슨 창렬이냐?’라고 돼 있습니다.

‘HOT 창렬’을 누르면 창렬 지수가 높은 식품들의 순위가 매겨져 있습니다. 상위권에 오르면 ‘개손해’라는 붉은 도장이 찍히는 불명예를 안게 됩니다.

실시간 ‘창렬 지수’ 감시 어플 등장

현재 1위는 2500원짜리 초코 호두과자 제품으로 박스 속엔 개별포장으로 호두과자 4개가 들어 있습니다. 그 뒤를 6500원짜리 ‘OO 쫀득 고소한 머리 고기’와 1500원 짜리 ‘OOO OOO 토스트’, 그리고 12만원짜리 ‘OOO 베이커리 양갱세트’가 쫓고 있습니다. 해당된 상품을 보면 비싼 가격과 겉포장에 비해 내용물이 부실합니다.


시작단계인 만큼 아직 체계화 돼있지 않지만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질소포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소비자 권리 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SNS 등을 통해 빠르게 관련 이슈를 생산해내면서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업체에게는 경각심을 주고 있다는 겁니다.

‘창렬 푸드’의 반대말도 있어 이 의견에 설득력을 부여해주고 있습니다. 바로 ‘혜자푸드’입니다. 이 역시 탤런트 김혜자의 이름을 내건 편의점 즉석식품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GS25에서 내놓은 PB상품 ‘김혜자도시락’은 다른 상품들에 비해 내용물이 알차다는 게 네티즌들의 평입니다. 그래서 “창렬인 줄 알았는데 혜자였다”라거나 “마더 혜레사를 본받아야” 등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용량이 1㎏~6㎏에 이르는 대용량과자도 '인간 사료'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최근 ‘누네띠네’, ‘계란과자’, ‘사과잼쿠키’ 등 종류도 다양해지는 추세입니다.

소비자 권리 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보는 시선도

실제로 ‘창렬 시리즈'로 언급된 상품을 생산한 기업들은 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창렬 시리즈를 판매했던 업체 관계자는 “해당 시리즈 전체 제품과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연예인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전체 회수조치와 판매 중단을 실시했다”며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에는 내용물의 질과 양이 적절한지 점검을 거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비자들이 반격에 나서 나름의 성과를 거둔 모양새입니다. 앞으로 이들은 손에 과대포장 여부를 체크하는 애플리케이션까지 들게 됐습니다. 그 결과는 어떨까요?

상황이 이렇게 된 만큼 식품회사들도 과대 포장의 유혹에 빠지기 보단 소비자의 신뢰를 쌓는 쪽을 선택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윈윈’ 하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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