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그래가지고 오줌 먹는 사람들 동호회가 있어, 동호회. 그래가지고 옛날에 삼풍백화점 무너졌을 때 뭐 21일 만에 구출된 이 여자도 다 오줌 먹고 살았잖아. 그 여자가 (오줌 먹는 사람들 동호회) 창시자야, 창시자.”
개그맨 장동민(사진)씨가 팟캐스트 ‘꿈꾸는 라디오’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소식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혹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기억에 없나? 나이가 보기보다 많이 어린가?’였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 ‘장동민’을 쳐 보니 맙소사, 1979년생이더군요. 저와 동갑입니다.
워낙 충격적인 날이었기 때문에 20년 전임에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죠. 학교 수업이 끝난 후 교복을 입은 채 바로 간 도서관이었습니다. 그날따라 공부가 잘 안돼 도서관 복도 진열장 앞에 팔짱을 낀 채 서서 꽂혀있는 소설책들을 기웃거리고 있었습니다. 같은 도서관에 다니던 같은 반 친구가 오더군요.
“야, 너 뉴스 봤어? 우와 진짜…. 뉴스 보면서 무서운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그 친구와 같이 지하 1층 매점에 내려가 뉴스를 봤습니다. 그날 이후 한 동안은 도서관 가서 공부는 안 하고 매점에 앉아 몇 시간 동안 뉴스만 봤던 기억이 납니다. 보고도 안 믿겨지는 아비규환의 현장. 더욱 놀라운 건 그 생지옥 안에서 10일을 넘게 버티다 살아서 나온 사람들(3명)이 있다는 겁니다.
장동민씨가 팟캐스트에서 말한 생존자는 ‘21일 만’이라고 한 걸 봤을 때 최후 생존자 3인(최명석·유지환·박승현) 중 1명이고, ‘여자’라고 한 걸로 봐서 사고 17일 만에 구조된 박승현(당시 19세)씨 아니면 13일 만에 생환한 유지환(18세)씨겠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좀 이상했습니다. 전 당시 그 생존자들이 기적적으로 구조된 후 언론 인터뷰에서 “콜라가 먹고 싶었다” “물 한 모금 먹지 못했다” “떨어지는 물에 양말을 적셔 빨아 마셨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 건 기억이 나는데 오줌을 먹으며 버텼다는 말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언론 기사들을 찾아봤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박씨과 유씨는 당시 매몰돼 있는 동안 물을 전혀 마시지 못했습니다. 이러다보니 두 사람이 ‘사람은 물 없이 길어야 일주일을 산다’는 ‘의학 상식’을 뒤집었다는 기사(1995년 7월 16일 한겨레신문)가 나오기도 했죠.
의료진들은 물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는 이들의 말에 ‘빗물이라도 약간 마시지 않았겠느냐’고 반신반의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몇몇 의사들은 유씨의 경우 심한 탈수 현상으로 콩팥기능에 이상이 있었던 점을 들어 사실일 수도 있다고 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유씨보다 나흘 늦게 구조된 박씨는 콩팥기능의 이상 정도가 유씨에 비해 가벼워 의료진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고 하네요.
1995년 7월 12일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유씨는 손에 잡힌 담요에다 위쪽 함석판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을 적셔 마셔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녹물냄새가 심해 도저히 입에 넘기지는 못하고 입술만 적시는데 그쳤고, ‘소변’을 받아 마실까 생각해 봤지만 차마 입에 댈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 혹시 장동민씨가 유씨와 박씨보다 먼저(7월 9일) 구조된 최명석(당시 20세)씨와 헷갈린 걸까요. 그런데 최씨 역시 구조 후 인터뷰(7월 10일 한국일보)에서 ‘소변은 받아 마시지 않았나’라는 기자 질문에 “처음에는 먹으려 했다. 그러나 소용이 없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는 것 같아 먹지 않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아무래도 장동민씨가 착각한 것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찾아보니 삼풍백화점 말고도 사고나 재난 현장에서 구조된 이들이 ‘소변으로 수분을 보충하며 버텼다’는 인터뷰 기사 내용이 많더군요. 사람 기억이라는 게 한계가 있다보니 헛갈릴 수도 있겠죠.
본 김에 당시의 여러 기사를 봤습니다. “저 살아있습니다”라고 생존자의 목소리가 전달되는 순간 현장의 구조대원들까지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 “같이 매몰된 아주머니의 시신이 머리 위에 있었다”는 최씨와 “아래에 뭔가 축축해서 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피였다”는 유씨의 구조 후 인터뷰 등은 지금 읽어도 탄식이 나오더군요.
장동민씨에게 권합니다. 자신이 “오줌 먹는 사람들 동호회의 창시자”라고 ‘개그 소재’로 활용한 그들의 당시 이야기를 꼭 찾아서 읽어보시길. 그래서 진심으로 솟구쳐 오르는 미안함을 꼭 느끼시길.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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