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강렬한 메시지 ‘장애인의 날 5행시’ 주인공 인터뷰… “부모님 두 분 다 특수교사”

[친절한 쿡기자] 강렬한 메시지 ‘장애인의 날 5행시’ 주인공 인터뷰… “부모님 두 분 다 특수교사”

기사승인 2015-04-29 05:00:55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작은 마을의 한 중학교에서 ‘어린 시인’이 탄생했습니다. 지난 1주일 동안 충남 홍성군 소재 홍동중학교에 다니는 이재하(16)군이 작성한 5행시가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모았죠.

화제의 5행시는 이군이 ‘장애인의 날’인 지난 20일 ‘장·애·인·의·날’로 작성한 겁니다. 시를 캡처한 사진 한 장과 ‘중학생이 금상 수상한 시’라는 제목이 달렸습니다. 네티즌들은 “장차 큰 인물이 되겠어” “짧고 강렬한 시” “중의적인 표현들을 잘 썼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시를 다시 한 번 읽어볼까요. 실제로 상당한 ‘내공’이 엿보입니다.

<‘장’ 차 나비가 될

‘애’ 벌레는

‘인’ 간들이 무관심한 사이에도

‘의’ 지를 가지고

‘날’ 아가는 꿈을 꾼다>

이 시는 지난 22일 홍동중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처음 올라왔습니다. 현재까지 11만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습니다. 중학생이 썼다고 하기엔 범상치 않다는 평이 많습니다.

홍동중학교 최근영 교사는 이 행사를 기획해 이군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최 교사는 2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여섯 작품을 선정해 금상 1명, 은상 2명, 동상 3명, 총 여섯 작품을 시상했다”며 “장애와 관련된 영상을 본 후 5행시 짓기를 했더니 참여도가 80~90%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군의 시는 그 중에서도 금상을 탄 작품으로 교장 선생님이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했습니다.

이군에 대해 묻자 최 교사는 “평소에 책 읽는 걸 좋아하는 학생”이라며 “부모님이 각각 홍성에 있는 고등학교와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사 일을 하고 있어 장애인을 접할 기회가 많아 편견이 적은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용주 교장은 “아침 등교시간마다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고 독서모임을 직접 진행하는 등 소통을 중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박 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학생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박 교장은 “재하는 돋보이거나 내세우는 성격은 아니지만 차분하고 진솔하고 자신의 의사를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학생”이라면서 “말수가 많진 않지만 재하의 말을 들어 보면 단어 하나에 의미가 있더라. 듣기로는 아버지께서 이군과 대화할 때 생각을 많이 하도록 유도한다고 하더라. 결국엔 교육에 있어 어른들이 아이들을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시를 쓴 주인공 이군은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짧고 간단하게 썼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군은 “평소에 시는 거의 쓰지 않지만 글짓기를 많이 한다”며 “독서감상문과 일기를 많이 썼다. 최근엔 과학글짓기 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자신이 쓴 시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소감을 묻자 이군은 “신기하고 당황스러운 게 큰 것 같다”면서 “부모님이 특수교사이기 때문에 장애인 형들이 집에 놀러오곤 했다. 운동대회 같은 걸 준비하는 형들을 보면서 꿈과 열정이 있으면 어떤 장애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또박또박 대답하더군요.

한 네티즌은 이군의 시에 대해 “애벌레=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 등), 인간들의 무관심=사회의 무관심, 나비=날아오르다(꿈을 이루다)로 해석된다”며 높이 평가했습니다.

홍동중학교는 학생수 120여명에 교사수 14명의 작은 마을학교입니다. 올해부터 ‘혁신학교’로 선정됐습니다.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획일적인 교육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새로운 학교 형태입니다. 이 학교는 교사 한명 당 학생수가 10명이 채 되지 않네요.

박 교장은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밝힐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교장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며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고 모든 학교 자치활동은 학생들이 회의를 통해 먼저 결정하고 교사들이 돕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작은 마을에서 시인이 탄생한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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