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민석 기자] KT가 인터넷 해지를 신청한 통신소비자에게 ‘해지 완료’ 확인 문자를 보내자마자 ‘파파라치 제도’를 설명하는 문자를 보내 황당함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KT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로부터 권고 받은 대로 통신3사가 동일하게 보내는 문자”라며 ‘해프닝’이라는 입장이다.
14일 김모씨는 “수년간 올레KT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다 해지를 신청했다가 황당한 문자를 받았다”며 한 장의 캡처 사진을 보냈다.
첫 번째 문자는 KT가 해지 확인을 위해 보낸 것으로 “2015/05/13일 인터넷 해지를 완료했습니다. 그동안 KT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불과 몇 초 만에 온 두 번째 문자 내용이 문제가 됐다.
김씨가 곧이어 받은 문자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서 인터넷 가입자 모집 시 과다경품 지급에 대해 ‘파파라치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니 참고하라는 내용이었다. 특히 “현금 및 과다 경품을 제공한 판매점 신고 시 최대 5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포상금액을 소개한 후 파파라치 신고센터 링크를 첨부했다.
파파라치 신고센터 사이트엔 결합상품을 가입할 시 현금·할인권·요금할인 등의 혜택을 받았다면 그에 준하는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설명돼 있었다.
경쟁사에서 제공하는 결합상품 경품 때문에 자사 인터넷을 해지했다면 신고해 포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으니 고려해보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사람에 따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김씨는 “해지를 확인하는 문자가 오자마자 이 내용을 받으니 황당했다”며 “마치 내가 경품에 혹해서 KT를 해지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는 느낌이었다. 통신사들이 결합상품을 놓고 경쟁이 치열한 것은 알고 있지만 이런 문자까지 보내는 것은 조금 아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해당 문자들은 협회가 이통3사에게 의무적으로 보내게 해서 나가게 된 것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동일하게 보낸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해지 신청이 완료되면 자동으로 문자가 전송되고 있다”며 “파파라치 제도를 설명하는 내용이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관계자는 “결합상품 불법 혜택을 근절하기 위해 저희 협회가 통신3사와 함께 파파라치 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현재 통신3사 모두 인터넷 등을 해지하게 되면 해당 통신사에서 협회 번호로 신고 센터를 홍보하는 문자가 자동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3사는 ‘단통법’ 시행 이후 유·무선 결합상품을 통한 마케팅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결합상품이란 초고속인터넷, 전화, IPTV, 이동전화를 묶어서 판매하는 이통사의 전략적 상품으로 지난해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결합판매 고시'를 제정해 통신사들이 결합상품을 판매할 경우 30% 이내에서 요금을 할인하면 요금적정성 심사를 면제해 주고 있다. 통신 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연합을 맺고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을 공격하고 있다. 이들은 결합상품을 통해 무선시장에서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이 초고속인터넷이나 방송 등 다른 분야로 전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학계에서도 결합상품 규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일과 12일 각각 있었던 서울대경쟁법센터, 서울대공익법센터의 이동통신시장 정책 토론회는 SK텔레콤, 반SK텔레콤 진영의 대리 전 양상을 띠기도 했다.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