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민석 기자] 가장 먼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은 KT가 제대로 된 반격을 당했습니다. KT는 지난 8일 ‘데이터 선택 요금제’라는 상품을 국내 업계 최초로 선보여 인기몰이를 톡톡히 했습니다. KT 관계자는 18일 “데이터 선택 요금제 가입자가 20만명을 넘어 섰다”며 “발표 직후부터 관련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KT는 그러나 SK텔레콤이 19일 모든 요금 구간에서 유·무선 무제한 음성통화를 제공하며 차별화를 꾀한 ‘band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마냥 웃고 있을 수 없게 됐습니다. “SK텔레콤의 경우 정부의 인가 문제가 걸려 있어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한 달 안에 내놓긴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통신 3사가 새롭게 선보인 요금제에서 가장 저렴한 상품부터 비교해보면 3사 모두 월 2만9900원(부가세 별도)에 무제한 무선 음성통화와 데이터 300MB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부가세를 포함하면 3만원대에 모든 요금 구간에서 무선 음성통화가 무제한인 셈입니다.
그러나 데이터 제공량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KT는 3만4900원 요금제에서 데이터 1GB+밀당을 제공하는 반면 SK텔레콤은 3만6000원에 1.2GB를 제공합니다. LG유플러스는 1GB를 KT보다 1000원 싼 3만3900원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KT는 4만9900원에 데이터 6GB+밀당을 제공하고 있지만 SK텔레콤은 5만1000원 구간에 6.5GB를 책정했습니다. 구간별로 SK텔레콤 요금제가 KT가 앞서 선보인 요금제보다 1000원~2000원 정도 비싸지만 데이터를 0.5GB 더 제공하고 있어 혜택을 강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밀당은 기존 KT에서만 제공하던 데이터 이월하기(밀기)에 더하여 다음 달 데이터를 최대 2GB까지 ‘당겨’쓸 수 있도록 한 서비스입니다.
SK텔레콤은 데이터 무제한 구간에서의 기본 제공 데이터량을 KT와 비교했을 때 크게 높였습니다. 10만원(KT 9만9900원) 요금 구간에서 SK텔레콤은 35GB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KT는 30GB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 고객은 데이터 기본량을 모두 사용하더라도 일 2GB를 추가로 쓸 수 있습니다. 데이터 제공량이 10GB가 넘으면 한 달 안에 모두 소진하기 어려운 양이어서 의미가 크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SK텔레콤이 KT보다 나은 요금제를 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SK텔레콤은 또한 업계에서 유일하게 LTE뿐만 아니라 3G 스마트폰 이용 고객들도 ‘band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고, 선택약정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유선 음성통화 부분에서 차이가 컸습니다.
SK텔레콤은 가장 저렴한 2만9900원 요금제부터 유선 음성통화까지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KT는 월 5만4900원 이상 요금제를 선택해야 유선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더 좋은 조건을 내건 SK텔레콤으로 가입자가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KT가 어떤 대응을 내놓을 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나 음성 모든 면에서 SK텔레콤에서 내놓은 요금제가 낫기 때문에 KT는 기존 요금제에 변화를 주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KT는 유선 전화 점유율이 가장 높아 SK텔레콤처럼 무제한 유선 통화 카드를 꺼내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KT는 요금제를 보완하는 방법을 택할까요?
KT 관계자는 “SK텔레콤에서 (낮은 요금제 구간에도) 유선 무제한을 포함해 혜택이 굉장히 커 보이지만 사실상 일반적인 이용자들의 통화 패턴을 보면 모바일 대 모바일이 90% 이상”이라며 “SK텔레콤에서 혜택 대상자로 거론한 택배 기사들도 집 전화가 아닌 휴대 전화로 통화하거나 문자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등장하게 된 만큼 (유선) 음성 통화가 무제한이냐 아니냐가 아닌 데이터 제공량이 화두가 돼야 한다”면서 “특히 KT가 특허 출원한 데이터 밀당은 데이터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훨씬 더 이득이다”고 화제를 돌리려 했습니다.
“SK텔레콤을 재차 뛰어 넘는 요금제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데이터 요금제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분석하고 검토해 나왔다”며 “지금 당장은 정해진 바가 없어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동안 수차례 담합 의혹을 받던 이통사들이 가입자 유지(유치)를 위해 가격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가계의 과도한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