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최근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며 작심하고 유승민(오른쪽 사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비판한 박근혜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가 취임한 지난 2월부터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보고 함께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유승민 원내대표가 취임한 뒤로 보여준 행보를 “정부와 여당을 뒷받침하는 정치가 아니라 ‘자기를 위한 정치’”로 판단했다고 연합뉴스가 이날 전했다.
새누리당 당헌 8조(당과 대통령의 관계)에는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대통령과 함께 책임을 진다’라고 돼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유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의 과제를 실험하듯 자기 정치를 했고, 이에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와 국정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증세없는 복지론’의 수정을 요구하면서 당이 국정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했고, 2월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때부터 이미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의 관계는 어긋났다는 것이다.
또한, 유 원내대표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도입 공론화를 주장하면서 정부 외교·안보 정책도 비판하는 등 청와대와 잇따라 엇박자를 냈다.
그러던 중 공무원연금개혁 협상에서 보여준 유 원내대표의 태도는 박 대통령에게 “유 원내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고 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시’에 이어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했고, 1호 개혁과제인 공무원연금 개혁안마저 박 대통령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으로 처리되자 대통령의 임계점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 연계에 대한 청와대의 ‘월권’ 비판과 조윤선 정무수석의 사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유 원내대표가 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한 것은 박 대통령 마음이 떠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더구나 지난달 28일 국회법 개정안 처리 상황을 놓고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진실공방을 벌이는 듯한 행동을 취한 것에 대해 한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진실을 가리고 거짓말을 한다는 인식을 박 대통령에게 심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자신이 직접 작성한 발언록을 읽어내려가면서 “자기의 정치 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정치를 이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은 온전히 유 원내대표를 겨냥한 단호한 비판이었고, 박 대통령의 엄중한 인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전했다.
한편 진중권 교수는 지난 26일 “‘국민이 심판’ 운운했는데, 지지율 바닥 친 상태에서 유승민을 심판할 국민은 바로 대구 유권자. ‘깨갱’ 꼬리 내릴 만도…불쌍하지만 이해는 갑니다”라며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사과한 것을 지역구인 대구(동구을)의 표심과 연결시키기도 했다.
이어 진 교수는 “한마디로 이는 대한민국의 비정상성을 보여주는 사태이다. 말하자면 이 사회에서는 죽은 독재자의 후광이 정상적인 정당정치 과정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불행한 사태”라며 “한국은 아직도 ‘죽은 군인의 사회’”라고 지적했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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