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8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사퇴 권고’가 당원들의 ‘박수’로 추인돼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하다못해 전(前) 새누리당 측 인사마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8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표결을 하지 않는 이유는 지도부나 권력자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국회의원들의 소신 투표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경우”라며 “‘박수로 통과시킵시다, 이의 있는 사람 있습니까? 이의 있는 사람 없죠’라는 식은 북한식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한 사람의 양심과 철학에 따라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만국공통의 절차”라고 설명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 사퇴 권고 의견이 나온 직후 자신의 SNS에 “방금 ‘의원 동무’들의 열화같은 박수로 공화국 최고존엄을 모욕한 공화국 ‘반동분자’ 유승민이 숙청됐답니다”라고 비꼬았다.
역사학자 전우용도 SNS에 북한 조선노동당의 ‘박수 추인’ 장면이 담긴 사진을 올린 뒤 “새누리당의 미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방금 새누리당이 ‘의사 결정방식’을 조선노동당식으로 바꿨다”며 “이제 ‘국가운영 방식’이 북한식으로 바뀔 차례”라고 꼬집었다.
트위터 아이디 ‘@da*****’는 “자기들이 비밀투표로 뽑은 원내대표를 박수 치고 쫓아내는 참 희안한 당”이라고 새누리당을 비난했고, ‘@97*****’는 “광화문 광장에 모여서 박근혜 퇴진 여부를 결정하는 박수대회를 열었으면 한다”면서 분노했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며 거론한 ‘배신의 정치’ 당사자로 지목된 후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와 청와대의 사퇴 압박을 받아 왔다.
그는 전날인 7일 “당 의원총회 결과에 따르겠다”고 최종 입장을 정했고, 8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표결 없이 박수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 권고를 결정했다.
의총이 끝난 직후 유 원내대표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입장을 남겼다. 사실상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한 ‘뼈 있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