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은 되는데 SKT는 먹통”… 부천 한 아파트 8개월 째 ‘불통 사태’ 논란

“옆집은 되는데 SKT는 먹통”… 부천 한 아파트 8개월 째 ‘불통 사태’ 논란

기사승인 2015-07-15 05:30:55
부천소사주공아파트 전경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지난 3월에 이사를 왔어요. 집에 오면 통화가 안 되는 거예요. 베란다로 나가야 겨우 신호가 잡힙니다. SK텔레콤에 연락을 했더니 ‘주민들의 반발로 중계기를 떼서 생긴 문제니 해결을 해줄 수가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아이가 키즈폰에 가입한 것까지 위약금 없이 해약하고 싶다고 했죠. 이것도 안 된다는 거예요. 통화가 안 되서 그러는 건데 이런 막무가내가 어디 있나요?”

경기도 부천에 있는 소사주공1단지아파트에 사는 A씨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베란다를 제외하고 실내에선 전화가 완전 불통이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집으로 전화를 걸어도 ‘번호정보 없음’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연결신호음이 잡히지 않았다.

같은 아파트에서 LG유플러스를 이용하는 B씨도 같은 불편을 겪고 있다. 그는 “불통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지인들의 연락이 끊기더라”며 “이통사를 옮기려고 상담 받으러 갔더니 ‘아직도 핸드폰이 안 터지는 데가 있느냐?’고 물어 창피했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 주민들은 무려 8개월째 전화 불통 사태를 겪고 있었다. 또 주민들의 불편을 해결 해줘야할 이통사들이 주민 불편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근거는 14일 이 아파트의 주민 대표 김모씨와 부녀회장 권모씨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아파트 3개 동에 설치돼 있던 통신 3사의 중계기가 철거된 후 전화 불통 현상이 발생했다”며 “당시 주민대표가 의견수렴 과정 없이 중계기 계약을 연장했고, 이것을 알게 된 일부 주민들이 전자파 문제를 내세워 강하게 반발하면서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말을 받은 권씨는 “큰 불편이 야기되자 주민들사이에서 중계기를 다시 설치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머리 위에 중계기를 설치할 수 없다’며 여전히 반대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일부는 절대 불가 입장을 나타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말을 요약하면 14개 동(1210세대)으로 이뤄진 소사주공1단지아파트에는 10년 넘게 이통 3사의 중계기가 3개 동에 각각 설치돼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중순쯤 열린 주민회의에서 일부 주민들이 중계기 철거를 요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주민들이 동요해 주민대표를 투표를 통해 해임했고,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10월 이통 3사는 주민대표단의 요구로 중계기를 모두 철거했다.

그런데 김씨는 “이통사에도 책임이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원을 제기할 때마다 이통사 측에서 “다른 장소에 중계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해 주민들의 불신을 키웠다는 것이다.

김씨는 “그 말을 들은 주민들은 ‘이통사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김씨는 “중계기 설치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도 옆집이 반대하면 어쩌지 못하는 것”이라며 “여러 중재안을 마련해봤지만 이의제기가 들어오면 허탕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권씨도 “주민들은 통신비를 꼬박꼬박 내면서 전화가 안 돼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통사들은 요금할인 혜택 등 대책을 마련하려하기보다 ‘너희들이 떼버렸으니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를 이용하던 이 아파트 주민들이 KT로 옮기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KT 역시 중계기를 철거했지만 타사와 달리 인근 아파트에 설치된 중계기의 신호가 일부 세대에 닿아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B씨는 “맞은편에 있는 P아파트에 KT 중계기가 있어 그나마 KT가 터진다”며 “LG유플러스를 사용하다가 최근에 KT로 옮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C씨도 “SK텔레콤을 이용하던 주민들이 고객센터에 항의하다 지쳐 KT로 갈아타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내에 중계기를 다시 설치하려면 입주자대표와 주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근처에 있는 기지국의 출력을 높이는 방법을 써 봐도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KT의 통화에 대해선 “아파트 단지가 기지국과 얼마나 인접했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입주자대표가 바뀌면서 주민들로부터 중계기 설치 찬·반 서명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희들도 안 해본 게 아니다. 그동안 P아파트, 학교, 뒷산 등에 설치하려고 했지만 모두 반발에 부딪혔다. 현재는 아파트 상가 쪽에 중계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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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기자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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