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태구] 성과주의 연봉제,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기자수첩/김태구] 성과주의 연봉제,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기사승인 2016-05-27 05:00:55

"중소기업은 10년 해도 연봉 5천 어려운데... 은행은 1억 육박
‘보여주기식’ ‘밥그릇 챙기기’ 노사정 갈등에…서민 삶 몰라라

[쿠키뉴스=김태구 기자] 박근혜 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의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도 지난해 임종룡 위원장 취임 후 핀테크 육성, 감독·규제 개선 등 다양한 금융개혁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임 위원장이 밀어붙인 금융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결국 노동·교육·공공부문과 달리 국민들의 개혁 체감도에서 금융부문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임 위원장은 올 초 “성과주의 (연봉제) 도입을 통해 금융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전략은 적중했다. 성과주의 도입 발언 이후 금융위는 금융사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는 금융기관에 대해 패널티를 부여하겠다고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정부, 사측과 노조의 마찰이 이어졌다. 최근 성과 연봉제는 연일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리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금융위에서 뭔가 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금융공공기관 9곳 중 예탁결제원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7곳은 노조의 반발에도 성과주의를 도입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추진하고 있는 성과주의 연봉제가 제대로 정착할 지는 미지수다. 국민 대다수의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기 때문이다.

한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입사 만 7년차인 대리 연봉은 7000~8000만원 사이다. 이들은 금융위기 직후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고통분담 차원에서 ‘일자리 나누기’라는 취지로 초봉을 20% 삭감했던 은행원들이다. 입사 초기 3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던 입금은 10년도 안돼 2배 이상 올랐다.

이들은 몇 년 후 과장급으로 진급하면 금융위가 추진하고 있는 성과 연봉제의 대상된다. 과장급의 연봉은 1억원 내외 수준이다. 정부의 권고안에 의하면 4급에 해당하는 과장급들은 총 임금의 20%를 성과주의를 적용받는다. 1억이라면 2000만원 수준이다. 성과 연봉제가 도입돼 저성과자로 평가받더라도 8000만원은 보장받는 구조다.

높은 임금이 보장되지만 노조는 반대하고 있다. 평가지표의 공정성, 저성과자에 대한 쉬운 해고 등을 문제로 삼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만 더 중요한 문제를 빠트리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조는 사측이 성과 연봉제 도입과 연계해 제시한 신입 초임삭감에 대해선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삭감한 임금을 청년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소리인데 7년 전에도 이뤄지지 않았던 일이 실제 추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은행 영업점을 줄여가는 상황에서 은행원이 대폭 늘어날 수 없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신입 은행원들의 임금 수준만 낮아질 뿐이다. 은행원들의 임금만 삭감된다면 은행의 임금 인상률을 볼 때 크게 문제될 소지는 없어 보인다.

다만 은행 초임 삭감이 사회 초년생들 전체의 임금 삭감이나 동결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이명박 정부 당시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의 임금 삭감도 모든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초임은 강산이 변하려 하지만 3000만원 미만에서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적은 초임으로 시작한 사람들은 10년 동안 직장을 성실하게 다녀도 5000만원을 넘기는 쉽지 않은 임금 구조다.

여기에 2009년 이후 7년간 소비자 물가가 13.5%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1인당 국민 소득이 3200만원(2만7340달러)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은 평균 이하의 급여를 받고 있는 것이다. 바로 서민들이 삶이 힘겨운 이유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보여주기식’ 성과연봉제 추진, ‘밥그릇 챙기식’ 성과연봉제 반대를 국민들이 공감할지 의문이다. 부디 성과 연봉제 관련 은행권 임금 삭감이 타산업에 종사하는 직장인의 중산층 진입 꿈을 박탈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 누구도 평균 이하의 삶을 강요받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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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구 기자 기자
ktae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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