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유로존)에서 탈퇴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브렉시트(Brexit)의 날이 밝았다. 영연방(Commonwealth) 국가의 수장이자 유로존의 큰 손 가운데 하나인 영국이 유럽의 경제·정치·사회 구성원에서 벗어날 경우 국내에 미칠 영향을 두고 다향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금융권은 세계적인 경제 관심사인 브렉시트와 관련 다소 여유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로존과 관련된 직접적인 연관이 없기 때문에 국내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전망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영국이 유럽의 경제권에서 벗어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브렉시트, 국내 금융 영향 없어
일단 영국이 유로존에 남을 경우(찬성)와 이탈할 경우(반대)에 관한 국내 금융권의 설전에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미미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금융권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약 74억달러(8조4800억원)로 전체 대외 익스포저의 5.5%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유다. 또 영국 화폐인 파운드의 영향력이 미국 달러보다 미미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성태 수석연구원은 “영국이 유로존에 잔류하든 이탈하든 국내 금융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잔류에 무게를 두고 “지금 있는 대로 가는 거니까 근본적으로 영향은 아예 없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시장에 반영됐던 불확실성이 사라지니까 주가가 약간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이 유로존을 탈퇴 경우에 대해서도 “브렉시트가 실현되더라도 어떻게 추진될 것이냐 하는 이슈가 남아있기 때문에 달러화 강세로 유로존이든 신흥국이든 돈이 들어올 수도 빠져 나갈 수도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가 재조정되는 한 두달 동안은 금융 시장이 불안하게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주가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그는 “국내 은행과 같은 대형 금융사는 익스포저가 얼마 되지 않아 별 영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영국 및 EU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4%, 9.1%라는 점을 들어 브렉시트가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며 잔류에 비중을 둔 예측을 내 놓았다.
한국은행 이재호 국제경제부 선진경제팀 과장은 “투표 후 커졌던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모습으로 나올 수 있다”며 “대부분 분석에 의하면 탈퇴보다는 잔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것에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고, 경제적 영향도 잔류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이어 세계적으론 “미국이 브렉시트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브렉시트 우려가 완화되면 그런 쪽(금리 인상)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투표결과가 큰 표차가 나지 않는 가운데 유로존 잔류로 선택되면 영국 내에서 독립(유로존 탈퇴)을 원하는 세력이 많다는 방증이 된다”며 영국 내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또한 외적으로는 “영국이 EU에서 특별한 지위라고 해서 합의를 한 사항이 있는데 다른 나라들도 영국만 특별한 지위를 갖느냐 우리도 독립할 수 있다는 식의 요구도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권, 직접적 영향 낙관 속에 간접적 효과 경계
국내 은행권은 브렉시트의 영향에 대해 낙관적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김경훈 선임연구원은 “은행만 봤을 때 직접적인 영국과 유럽에 대한 익스포저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 아니라서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분석했다.
다만 “간접적인 영향은 탈퇴를 하게 되면 불확실성이 확대로 변동성이 커지고 글로벌 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며 “(이것이) 국내 금리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은행의 수익성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그는 “잔류할 경우라도 불확실성이 없어지지만 찬반 여부가 근소한 차이를 보이면 탈퇴하자는 여론이 계속될 수 있어 이후에는 어떠한 상황이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며 불확실성의 잔존을 경계했다.
이와는 달리 일부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여부가 국내 금융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브렉시트가 단행될 경우 불확실성이 급격히 고조되고 국제투자자들이 동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영국 및 유럽 증시가 단기적으로 폭락하고 유럽과 일본 국채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경제도 브렉시트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올해 3~4월 대거 유입된 영국계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급격히 유출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영국 성장률 둔화로 대영수출 부진이 우려되며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더 이상 영국에 적용될 수 없어 영국과 별도의 FTA협상이 필요할 것”이라며 “유럽 투자관문으로서 영국의 중요성이 낮아지면서 영국으로의 투자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그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 입장에서는 상시적인 리스크 관리체계를 갖추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 모든 가능성 열어둬…차관급 회의 개최
금융정책당국인 금융위원회는 브렉시트로 인한 최악을 상황에 대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여타 투자은행(IB)이나 해외 주요증권사 등의 외부 평가로는 전반적으로 한국과 유로존이 크게 엮여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금융정책당국은 여러 가지 상황을 염두에 두고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직접적으로 엮여 있는 게 아니면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그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실제 시장이라는 것은 서로들 엮여 있어 브렉스트 말고도 미국의 금리라든지 중국시장이라든지 여러 요인들이 있다”며 “브렉시트뿐 아니라 다른 부분이 어떻게 움직이고 연쇄적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에 대해서도 “은행권의 건전성은 해외에서 외화 LCR(유동성커버리지)이라든지 여러 가지 건전성 지표를 봤을 때 미칠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잔류하지 않을 때도 그렇고. 잔류 결론이 나도 불확실성이 해소 되니까 시장 전체적으로 이점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책하는 입장에서는 최악을 고민 안 할 수 없다”며 “주식시장, 채권시장, 외한시장 금융 등 관련된 모든 상황에 따라서 연계적인 움직임을 긴장감 가지고 조금 더 열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차관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오전 8시경부터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는 전날 23일 오후 3시부터(현지시간 23일 오전 7시)부터 24일 오전 6시(현지시간 오후 10시)까지 진행됐다. 이르면 24일 오전 11시(현지사간 새벽 3시)경 대략적인 결과가 드러날 전망이다. 사전 여론 조사에서는 10%포인트 차이 안에서 찬반이 박빙을 보이고 있다. 이번 투표의 출구 조사는 예정되지 않았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