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GO 신드롬’이 강원도 속초를 강타했습니다. 구글 지도의 국내 규제 탓에 포켓몬 GO 상용화가 어려울 전망이었지만, 속초 등 일부 강원도 지역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제보가 속속들이 들어오며 유저들의 시선은 강원도 산간으로 쏠리게 됐습니다.
개발사 나이언틱 랩스는 세계 지도를 마름모 형태로 잘라 게임구역을 획정했는데, 속초와 양양, 백령도, 울릉도 등은 바다로 인식되며 ‘서비스 불가 지역’에서 간신히 벗어났습니다. 그 중에서도 속초는 용이한 교통 접근성과 다른 지역 대비 광범위한 몬스터 활동으로 매니아들 사이에서 각광받게 됐습니다.
강원도 속초 상권은 여름 휴가철과 겹쳐 발 디딜 틈 없는 호황기를 맞았습니다. 상인과 지역 주민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고켓몬 특수’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속초시청도 ‘고켓몬 특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적극 홍보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바가지요금이 벌써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안전사고에 대해서도 미흡한 점들이 다수 포착돼 고양된 지역분위기 만큼이나 대책마련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주말동안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속초방면 시외버스는 거의 매진 상태입니다.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포켓몬 GO의 흥행 지속여부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입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 요즘 강원도 속초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격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몬스터가 잘 포획되는 것으로 알려진 몇몇 지점에 집중적으로 인구밀집이 이뤄지다 보니 그 일대는 관광 야영지를 방불케 하는 호객행위가 벌어집니다.
속초 편의점 종업원의 제보에 따르면 스마트폰 충전 서비스는 대기번호가 두 자릿수에 달할 만큼 폭발적이라고 합니다. 포켓몬 GO 명소로 알려진 지역 주변카페는 ‘스마트폰 충전소’가 됐을 정도입니다.
무더운 낮 시간대보다 야간에 주로 인구가 집중됩니다. 한국에서 몬스터가 가장 많이 포획된다는 엑스포 타워와 청초호 호수 일대는 야간에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스마트폰을 계속 보면서 이동해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사람간에 부딪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밀집된 지역에서 미니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이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인도와 바이크길의 경계가 없다시피 해 사고 우려가 큽니다. 기자가 호수 인근을 세 바퀴 돌았지만 경찰 등 안전요원을 볼 순 없었습니다.
경찰은 인적이 드문 낮 시간에 ‘안전사고 예방’을 취지로 홍보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음식점의 경우 이렇듯 가격을 표기합니다. 그러나 회와 같은 계절음식의 경우 ‘싯가’라는 애매한 표현이 뒤따랐습니다. 행상인들이 파는 물건은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포켓몬 GO 출시 후 첫 주말이 시작됩니다. 지역주민과의 인터뷰에 의하면 ‘고켓몬 명소’로 알려진 몇몇 장소엔 이미 각종 음식․음료와 함께 미니 바이크 및 미니 자동차를 대여하는 호객행위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속초시 조양동에 사는 A씨(39세)는 “호수공원에서 과자, 음료 같은 걸 파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날씨가 더워서 가격을 물어보니 콜라 캔 가격이 2천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B씨(33세․여)는 “공원에서 미니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면서 “바이크에 탄 사람들의 손엔 스마트폰이 쥐어져있다. 운전하는 중에도 스마트폰을 계속 보고 있는데 공원길이 좁다보니 위험천만한 상황이 자주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인구가 밀집한 곳엔 안전대책이 뒤따라야 합니다.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응책이 마련돼야겠죠. ‘포켓몬 GO 특수’에 수반되는 이 도시의 책임의식은 아직까진 미흡해 보입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