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임금 이원화' 노동법 위반
-사측, '눈덩이' 재정지원금 줄이자
-'기업하기 좋은 도시' 대구 명성에 '먹칠'
대구시내버스 노조가 임금 인상 등을 위해 '파업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장 19일 오전 5시30분 첫 차부터 140대 가량의 시내버스가 멈춰 서게 된다.
일부 시민들은 준공영제 시행 이후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 인상 등 협상안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시민들을 볼모로 삼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15일 대구시와 시내버스 노조 등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1월 13일부터 8차례에 걸쳐 임금 8.2%(29만7560원) 인상 등 4개 안건에 대해 협상을 진행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결국 90%의 노조원이 파업에 찬성했다.
시내버스 노조는 오는 18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임금조정이 결렬될 경우 19일 오전 5시30분부터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노사 갈등의 주된 원인은 '임금 이원화' 도입이다.
대구시는 버스 준공영제로 인해 재정부담금이 해마다 늘어나 올해 1080억원에 달해 현행 임금제도를 유지하면 최소 100억원의 재정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된다.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지원금을 줄이기 위한 카드가 '임금 이원화'다.
버스노조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내세우며 '임금 이원화'는 불리한 노동조건을 금지한 노동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임금 이원화'가 도입되면 신입 운전기사의 경우 현재 1호봉이지만 앞으로는 -4호봉이 적용된다. 임금도 최저임금(시급 6030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호봉 270만원에서 -4호봉 160만~17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시내버스 노조 한 관계자는 "예산절감을 위한 희생을 운전기사에게만 떠넘길 수는 없다"며"대구처럼 임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경우도 드물다없다"고 주장했다.
시내버스 파업과 노조의 이 같은 주장을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시민들이 바라보는 운전기사 등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준공영제 도입 이후 그 동안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것에 비해 시내버스의 친절도와 안전성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노조가 파업에 들어 갈 경우 그동안 파업없는 '무분규 도시'를 주창하던 대구시의 '명성'에도 먹칠을 하게 될 위기에 빠졌다.
대구시는 2014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노·사·정이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노·사·정 평화 대타협'을 선포한 바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시내버스는 멈춰선 안 될 시민 생업 수단이자 공동 재산"이라며"연간 1000억원 이상 세금을 투입하는 버스가 시민 생업의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시내버스 파업이 예고되자 대구시는 양측을 설득하는 한편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했다.
시는 113개 전 노선에 전세버스 1000 대, 관용차 22대 등 1134대, 파업 미참여 시내버스 112대 등을 무료 운행한다.
교통 사각 지역 4곳에 셔틀 전세버스 10대를 무료 운행해 도시철도와 연결하기로 했다.
배차 간격이 긴 곳은 전세버스, 관용 버스를 투입해 정상 운행하고 도시철도 운행을 50회 늘린다.
대구=김덕용 기자 sv10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