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확대된다'고 밝힌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정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은 서산시 서산효담요양원을 찾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참관하고 입소 노인과 가족, 대한노인회장, 대한의사협회장 등과 대화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원격의료는 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의료시스템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의료 인력이 상당히 우수하고 IT 강국이다. 아주 최고의 원격의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나라”라며 원격의료 활성화에 협력해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금년 하반기부터 노인요양시설, 도서벽지, 농어촌 응급실 등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의 ‘원격의료 확대’ 방침에 대해 우려스러운 입장을 피력했다.
의협은 최근 정부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을 통해 일본의 원격의료를 성공사례로 들어 홍보하고 있으나, 장기간에 걸쳐 협조체계를 구축한 일본과는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또한 의협은 지금이라도 일방적인 원격의료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투명하게 공개해 공식적인 검증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했다.
김주현 의협 대변인은 “정부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서산노인요양시설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찰 행사에 대한 참석 요청을 받고, 행사에 참석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으나, 오히려 추무진 회장께서 대통령을 직접 만나 의협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참석을 결심했다”고 참석 배경을 밝혔다.
이어 “추무진 회장께서 동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의협의 입장을 전달했다”며 “정책에 대한 입장을 직접 대통령께 드린 것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원격의료를 국민의 건강 및 생명 보호 차원이 아닌 의료산업화 관점에서 추진하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발상”이라며 “정부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중단하고, 현행법에 허용된 의료인-의료인 간의 원격의료 활성화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의협은 그 과정에서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 6월 국회에 다시 제출해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요양시설과 군부대 등 278개 기관, 1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시범사업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