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지난해 평가에서 종교인 과세 입법화를 최고의 성과로 꼽았다. 1968년 논의가 시작된 지 47년 만에 숙원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 찬·반 양극에 있는 당사자들 모두 이번 소득세법 시행령에 큰 하자가 있다고 말한다. 세금을 내본 적 없는 대다수 종교인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재부는 홍보활동을 적극 벌이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상당부분 의문부호가 달린다. 그만큼 현 세법은 복잡하고, 유별나다.
괴이한 신고방식… 여건 따라 납세 취사 가능
지난 몇 십 년간 종교인 과세 반대에 골머리를 앓던 기재부는 기타소득에 ‘종교인 소득’ 항목을 신설하되, 근로소득 신고도 가능하도록 안을 내놓으며 국회 조세소위 및 본회의 통과에 성공했다.
그러나 같은 직업이 여건에 따라 세무신고 방식을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괴이한 변칙의 가능성을 낳는다. 종교인 전문 세무사의 등장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상황에서 종교인들은 뜻밖에 ‘납세 변칙자’로 내몰리게 됐다.
기재부는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저항을 줄이고자 제도 내에서 최대한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의미가 무색하게 통과된 법안이 누더기라는 비판과 함께 과세체계에 큰 혼란을 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최호윤 회계사는 “종교적 가치관을 고려해 근로-기타 다 받아주겠다고 한 건데, 특정 소득이 소득자의 선택으로 근로소득으로 과세될 수도 있고 기타소득으로 과세될 수도 있는 것은 과세체계상 설명이 안 된다”면서 “과세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평가했다.
기타소득에 포함된 ‘종교인 소득’의 경우 필요경비율이 높은 반면 신용카드 등의 소득공제, 보험료·의료비·교육비 등의 세액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근로소득’은 소득수준에 따라 높은 세율이 적용되나 소비패턴에 따라 소득·세액공제를 다양하게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탓에 양쪽 문이 모두 열린 종교인은 한 해 소득과 지출의 종류에 따라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절세 정도에 따라 세금납부 방식을 선택 할 수 있는 셈이다.
기재부가 제시한 예시만 봐도 이러한 사실이 드러난다. 연간 소득이 5000만원인 4인 가구(자녀 2명)로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300만원, 기부금·연금계좌세액공제 30만원, 의료비·교육비·보험료세액공제 60만원인 종교인의 경우 종교인 소득(기타소득) 결정세액이 57만원이지만 근로소득은 74만원이다.
반면 연간소득이 5천만원인 4인 가구(자녀 2명)로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300만원, 기부금·연금계좌 세액공제 30만원, 의료비·교육비·보험료 세액공제가 85만원인 종교인은 종교인 소득의 결정세액은 57만원, 근로소득은 49만원이다. 이 경우 외려 종교인 소득의 세 부담이 크다.
이러한 계산법에 따라 매년 여건에 따라 근로소득과 기타소득을 스왑(Swap)할 여지도 있다. 종교인의 선택적 납세가 세법 규정으로 언급된 것이 아닌, 세법 개정안에 언급된 정책적 방침이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입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외려 이러한 ‘배려’가 종교인들에겐 그다지 달갑지 않다.
서울 중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A씨는 “두 가지를 모두 열어놓고 무엇을 선택할 거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돈을 덜 내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겠느냐”면서 “하지만 이건 엄연히 변칙이다. 종교인들을 납세 회피자로 만드는 현행법의 저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목회자 B씨는 “절세로 돈을 조금 아끼는 것과 윤리적 시선 중 무엇을 선택할 거냐고 하면 대부분의 종교인이 윤리적 시선을 선택할 것”이라면서 “납세 변칙자란 오해를 받지 않도록 근로·기타소득 선택의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이미 근로소득으로 납세하던 종교인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근로소득 신고도 가능하게 했다”고 밝힐 뿐, 변칙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아직 시행까지 시간이 있다”면서 법 개정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최호윤 회계사는 “논리적으로는 경우의 수를 말할 수 있지만, 막상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면 획일적으로 이렇다하고 얘기하기 힘든 변수가 다수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