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 의료를 만나다②] 기술을 '가치'있게, 맞춤형 전자의수 제작기

[3D프린팅 의료를 만나다②] 기술을 '가치'있게, 맞춤형 전자의수 제작기

기사승인 2016-08-09 21:27:14


[편집자 주] 무엇이든 3차원 입체로 복사할 수 있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3D프린팅 기술은 단순한 모형뿐만 아니라 인체조직까지 구현이 가능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는 세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미래유망기술 중 하나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3D프린팅 기술이 수명연장과 의료산업 전반에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대한 기대한다. 쿠키뉴스는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3D프린팅 기술이 의료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기획-3D프린팅 의료를 만나다]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3D프린팅은 획기적인 기술 중 하나입니다. 맞춤형 제작을 가능하게 만든 새로운 도구라고 할 수 있죠. 중요한 것은 ‘가치’입니다.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술이 지닌 가치가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호 만드로 대표는 ‘사람을 향한 기술이 아름답다’는 신념을 가지고 3D프린팅을 이용한 전자의수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자의수란 마이크로컴퓨터를 장치한 전동(電動) 인공 손으로, 팔이 없는 절단 장애인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보조기다.
 

이 대표가 처음 3D프린팅 기술을 접한 것은 전 직장에 있을 당시다. 신사업 분석 업무를 맡았던 이 대표는 새로운 기술인 3D프린팅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고. 이후 직장에서 퇴직하고 3D프린팅 사업을 구상하던 중 3D프린팅 커뮤니티에서 동년배의 한 손 절단장애인 ‘정상에서(닉네임)’님을 만났다.

처음 사업을 구상할 당시에는 3D프린팅을 이용해 디자인 소품 등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고가의 전자의수가 부담돼 손 없이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동갑내기의 사정을 들으니 ‘딱 한 달만 돕자’는 오기가 생긴 것.

이 대표는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사무실에 마련한 3D프린터와 소프트웨어 제작 경험, 그리고 인터넷에 공개된 도안 등을 참고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던 일을 멈추고 딱 한 달만 할애하자는 마음으로 무작정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봉사나 사회적 나눔에 관심이 많았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이타적인 삶을 살아오진 않았지만 정상에서님의 사정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내가 가진 기술로 도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후 3D커뮤니티에 올린 전자의수 제작기가 이슈화되고, 크라우드펀딩이 활성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전자의수제작을 사업화할 수 있었다. 이 대표가 만난 절단장애인들이 전자의수에 요구하는 점은 대부분 비용과 가벼운 무게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손이 없어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양손 절단 장애인의 경우 주변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힘든 점이 너무 많죠. 그런데도 기존의 전자의수는 너무 비싸 사용할 엄두도 못 내는 분들이 많고요” 이 대표는 본격적인 사업화의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독일이나 영국에서 제작하는 기존의 전자의수는 내구성이나 디자인이 뛰어나고, 구동에 있어서도 세밀한 제어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 팔당 4000여만원, 양 팔 모두 착용하면 8000만원 이상 호가할 뿐 아니라 5년 내외의 내구연한이 지나면 재보수가 필요해 비용부담이 상당했다.

이에 비해 3D프린팅을 활용한 전자의수는 비용적 장점이 크다. 이 대표는 “모든 사람이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기술이 가진 가치가 빛나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따라서 현행 휴대폰 출고가에 맞춰 100만원 이하의 가격을 목표로 잡고, 이에 맞춰 제작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자의수는 사람마다 신체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으로 제작해야 하는데, 3D프린팅이 맞춤형 제작에 최적화돼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3D프린터를 이용하면 사람의 팔 모양에 맞아떨어지도록 소켓을 비교적 쉽게 제작할 수 있다.

기존에는 석고붕대로 본을 뜨고 플라스틱판을 이용해 열 성형 과정을 거치는 등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면, 3D스캐너와 프린터 기기를 사용해 훨씬 더 경제적인 제작이 가능하다. 3D프린팅 기기로 모양을 스캔한 후 그대로 뽑아내면 된다. 뽑아내는 재료를 달리해 무게도 적정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 한번 스캔한 후에는 원격으로도 제작할 수 있어 유지보수도 간편하다.  

만드로사의 전자의수는 ‘편리성’에도 중점을 뒀다. 장애인을 대하는 불편한 시선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국내에서는 손의 기능보다는 ‘얼마나 손처럼 보이느냐’가 더 중요하게 다뤄졌다. 그러나 이 대표는 “장애인들이 전자의수를 사용해 더욱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기능’에도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만드로사의 전자의수는 근전도 신호를 통해 손가락이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근전도 신호는 각각 움직임에 따라 일정한 패턴을 가진다. 엄지와 검지로 물건을 집어 올리거나 손을 꽉 쥐는 등 손 동작에 따라 별개의 근육 신호가 존재해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악력도 3~5㎏까지 구현된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3D프린터로 만든 전자의수 중 악력까지 구현되는 의수는 거의 없었다. 악력을 구현하면서 전자의수 사용자가 무거운 물체도 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이 대표는 “스마트 기기로서의 전자의수에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대표는 “길을 걷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고 다닌다. 전자의수에 스마트폰 기능을 탑재한다면 절단장애인들에게 더욱 편리한 삶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전자의수 사업에 있어 ‘언어나 문화에 독립적인 것’을 기회요인으로 꼽았다. “사람마다 절단부위가 다를 수 있지만 언어나 문화에 따라 ‘의수’라는 콘텐츠 자체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 보다 로컬라이징이 훨씬 쉽죠. 앞으로 계속해서 경쟁력을 기를 예정입니다”라며 향후 해외시장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까지 이 대표의 만드로사에서 만든 전자의수는 대부분 재능기부로 이어졌고 최근에 들어 판매가 시작됐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가져다 준 ‘3D프린팅 기술’에 대해 이 대표는 “새로운 도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도구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이되, 그것이 가치있는 일이라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수없이 많지만 그 바탕에 ‘가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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