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서산효담요양원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참관한 자리에 원격의료 반대를 주장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추무진 회장이 참석해 논란을 빚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간담회 자리에서 "의료계를 중심으로 (원격의료가) 현행 의료체계나 건강보험 제도를 흔드는 것은 아닐까, 오진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 그런 우려를 하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는 근본 취지는 현행 의료체계를 조금도 건드리지 않고, 그 틀 안에서 IT라는 첨단기술을 잘 활용해서 어떻게 하면 의료 서비스를 더 잘 해볼까 하는 것"이라며 의료계에 원격의료 활성화에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의료 인력이 상당히 우수하고 IT 강국이다. 아주 최고의 원격의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며 원격의료의 장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원격의료 참관에 맞춰 이날 보건복지부도 올해 하반기부터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가 대내외에 원격의료 확대를 천명한 자리에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이 참석한 것은 의아한 일이라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안정성과 유효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줄곧 원격의료 반대 입장에 서왔기 때문이다. 또한 이날 원격의료 시연을 참관한 박 대통령과 추무진 의협회장이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돼 의협 회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여론을 의식한 의협 측은 이날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서산노인요양시설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찰 행사에 대한 참석 요청을 받고, 우려가 많았으나 대통령을 직접 만나 의협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참석을 결심했다"고 참석 배경을 해명했다.
또한 의사협회는 "의사협회 회장이 정책에 대한 입장을 직접 대통령께 드린 것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의협 회원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추무진 회장의 이날 방문에 대해 원격의료 반대 입장을 내기 위해서라고 밝혔으나, 결과적으로는 원격의료 확대를 발표하는 자리에 괜히 들러리를 선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의협 측의 반대와 상관없이 정부는 원격의료 확대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하반기부터 요양시설과 군부대 등 278개 기관, 1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시범사업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9일 방문규 복지부 차관은 페루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천대 길병원을 찾아 원격협진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속적인 원격의료 확대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추무진 의사협회장의 원격의료 참관식 동행은 ‘정부의 구색 맞추기에 이용된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