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진해운 구조조정 ‘묘수’… 청산 후 부채 털어 넘기기

정부, 한진해운 구조조정 ‘묘수’… 청산 후 부채 털어 넘기기

기사승인 2016-09-01 08:02:07


[쿠키뉴스=김태구 기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정부의 한진해운 처리 방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해서다. 이 경우 법원의 결정으로 파산(청산)절차가 진행되면 인수·합병에 따른 채무 부담을 지지 않고 알짜배기 사업만 챙길 수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에서 발생한 손실은 투자자나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 이사회는 31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지앙지법 파산 6부에 법정관리 개시 신청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의 자산 처분은 금지되고, 채무는 동결된다. 

법원은 한진해운의 잔존가치와 청산가치를 비교해 최대한 신속하고 공정하게 기업회생 혹은 파산(청산)절차 진행을 결정할 예정이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법원이 파산 결정을 내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채비율이 높고 해운업의 불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반기말 기준 한진해운의 재무구조(연결기준)는 자산 6조6449억원, 부채 6조802억원, 자본 5646억원이다. 부채비율이 1100%를 넘는다. 이는 정부가 해운업 지원 전제조건으로 내건 부채비율 400%에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한 자산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선박으로 장부가액 4조5609억원이다. 해운업이 불황인 것을 고려할 때 경매처분 될 경우 회수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따라서 청산 절차를 통해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2조원이 넘는 채무는 여전히 남는다. 

이 경우 변제 후순위 무담보 사채(회사채)에 투자한 채권자들는 한 푼도 건질 수 없다. 6월말 기준 사채는 1조1891억(공모 4210억원, 사모사채 발행액은 7681억원) 수준이다. 다만 신용보증기금이 지급보증한 4306억원는 대위변재를 통해 건질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청산을 거쳐 회사가 파산할 경우 주식에 투자한 주주들이 챙길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주주보다 채권 변제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물질적 피해뿐 아니라 직원과 가족들이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상반기 기준 임원, 해외 현지채용인원, 제 3국 선원을 제외한 한진해운의 직원은 1356면으로 총 481억원의 임금을 지급받았다. 여기에 협력 업체 직원들을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피해 미미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에 대한 금융기관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대출규모)은 약 1조200억원이다. KDB산업은행(6660억원), KEB하나은행(892억원), NH농협은행(761억원), 우리은행(697억원), KB국민은행(534억원), 수출입은행(500억원) 순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익스포저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대부분 쌓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손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청산과정을 통해 충당금이 환입될 경우 영업외이익을 올릴 수 있다. 은행 익스포저는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부 ‘신의 한수’… 부채 정리, 구조조정 비용 낮춰

정부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전인 31일 오전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갖고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한진해운이 갖고 있는 항로 운영권, 선박, 영업 네트워크 등을 현대상선에 넘겨 해운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골자다.

이 경우 정부는 한진해운이 구조조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기업회생을 통해 인수나 합병을 추진할 경우 인수하는 회사가 부채를 짊어져야 한다. 하지만 청산을 통해 우량자산 등 사업권을 나눠 팔 경우 부채는 떨면서 기존 해운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담해야 할 몫은 산업은행 위험노출액 6600억원과 신용보증기금 지급보증 4300억원 등 1조1000억원 정도로 세금에서 충당된다.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지원금이 4조원을 넘었던 것으로 고려하면 4분의 1수준에도 불과하다. 1조원의 비용으로 6조원이 넘는 부실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는 묘수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파산절차 진행과정에 핵심부서나 영업권을 쪼개서 파는 방식을 취하면 채무를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고 해운업 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동양사태처럼 채권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법정 절차 진행하면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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