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대표)가 경영실패로 한진해운에 큰 손실을 야기하고도 계열분리를 통해 책임을 회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모른척 한 당시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관리 책임이 도마에 올랐다.
심상정 의원(정의다)은 9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도덕적 책임이 아니라) 국민들은 법적 실질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증인으로 나온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도덕적 책임 발언에 대해 질타했다.
심 의원은 “지금 한진해운은 최은영 회장 재임 당시 맺은 비싼 용선료 계약에 발목이 잡혔다. 그래서 재임 당시 부채비율이 155%에서 1445%로 폭증했다”며 “이렇게 한진해운을 난파로 몰아넣고 253억의 보수나 배당을 챙겨갔다”고 추궁했다.
또한 심 의원은 2014년 10월 한진그룹(한진해운)에서 계열분리한 후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유수홀딩스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유수홀딩스는 사이버로지텍(한지해운 전산시스템 담당), 유수SM(한진해운 선박관리 및 운항), 유수로지스틱스(물류회사) 등을 보유한 지주회사다. 심 의원은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유수홀딩스의 주식을 내놓을 의향이 있냐”라고 질의했다.
이에 최은영 회장은 “유수홀딩스는 상법상 한진해운과 관계 없는 회사”라며 “2013년 말 관둘 당시 한진해운에 대한 유수홀딩스의 의존도는 38%였다. 2년 9개월이 지난 지금은 16%로 낮췄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심 의원은 “유수홀딩스는 한진해운을 망쳐놓고 알짜배기 기업을 쏙 빼서 만든 지주회사로 한진해운, 한진항공 등 한진그룹에서 50~70%의 일감몰아주기를 받아서 돈을 벌고 있다”며 “상법을 따지기 전에 한진해운의 파국에 결정적인 경영실패의 책임이 있고, 파산하는 회사를 남겨두고 알짜배기 빼내서, 거기에 또 한진그룹에 의존해서 돈을 벌고 있는 분이 당연히 법적 실질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심 의원은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에 대해서도 “(한진해운이) 2014년 계열 분리 때 공시를 하지 않았다. 당시 알짜기업이 빠져나가 한진해운의 부실이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는데도 채권자들이나 주주들이 이의를 제기해야 하지 않았다”며 “계열분리하기 전에 빚 갚아라고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또 “이렇게 되니까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눈먼 돈의 천국이란 소리를 듣는다”며 “회사 다 망쳐놓고 알짜배기 기업 다 빼 나가는 것을 공시도 하지 않은 채 눈감아 주면 그게 공범이지, 책임을 면할 수 있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동걸 회장은 “내용을 파악해서 다시 답변을 드리겠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불성실한 답변이 이어지자 김성식 의원(국민의당)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청문회가 예정돼 있는데 준비도 하지 않고 나왔다는 것에 경악을 금하지 못했다”면서 증인들의 성실한 답변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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