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 남긴 것 ‘근본 원인 분석 없이 질타만...’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 남긴 것 ‘근본 원인 분석 없이 질타만...’

기사승인 2016-09-12 18:08:49


[쿠키뉴스=김태구 기자] 지난 8, 9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는 알맹이 빠진 설전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 조선·해운업 부실의 원인 규명을 위한 핵심 증인들이 일찌감치 제외됐고 국회가 요청한 자료에 대해서도 정부 및 관련기관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청문회의 취지였던 관련 산업의 부실 원인과 책임소재 등 핵심 사항에 대한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채 정치적인 질타만 난무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에 대해 금융의 잣대가 아닌 저유가, 경기침체 등 산업 구조적인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김빠진 청문회… 자료 부실·주요 증인 빠져

이번 청문회는 청문회 시작 전부터 일정과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삐거덕 거렸다. 극적인 여야의 합의로 청문회가 열렸지만 부실기업 대우조선에 대해 공적자금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서별관회의의 주체인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전 경제수석), 최경환 의원(새누리당·전 경제부총리)은 증인에서 빠졌다.

또 서별관회의의 실체를 폭로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우조선 부실의 핵심 인물로 꼽히고 있는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 등도 구속수감 중이라 출석하지 않았다.

핵심 증인이 빠진 가운데 진행된 청문회에서는 관련기관의 자료 제출도 충분하지 못했다. 기재위·정무위 의원들이 청문회에 앞서 서별관회의 자료, 대우조선 이사회 회의록, 감사원 자료 등을 요구했으나 관련 기관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제출을 거부했다. 

결국 청문회에서는 산업은행 낙하산 인사, 대우조선 및 한진해운 부실실태 등 알려진 사실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책임공방만 되풀이됐다. 

이같은 질타에 대해 유일호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정부측 증인들은 “구조조정은 기업의 책임”이라는 원칙만 내세우면서 관련 기관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전임 민유성 회장, 강만수 회장 등도 관리책임과 정치권의 압력설을 부인하며 대우조선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 최은영, 책임 없는 눈물만...

청문회 둘째 날에는 증인으로 출석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책임론을 두고 집중포화가 이어졌다. 김관영 의원(국민의당)의 질문으로 시작된 질의에 대해 최은영 회장은 눈물로 보이며 감성적인 호소로 맞받아 쳤다. 그는 도의적인 책임을 운운하면서 “빠른 시일내에 사회 기여할 방안을 찾겠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박용진·송영진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은 “노동자와 국민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사재 출연, 한진해운 사옥 매각 등과 같은 실질적 책임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또한 심상정 의원(정의당)은 최은영 회장이 “현재 경영책임자로 있는 유수홀딩스가 지난 2014년 한진해운과 인적분활하는 과정에서 공시를 하지 않았다”며 법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날선 공방 속에서도 최은영 회장은 “도의적 책임과 조속한 시일내에 사회적 공헌 방안 모색” 등만 되풀이하면서 눈물의 호소를 이어갔다.

◇ 조선해운업 부실 원인 지적 없어

이번 청문회에 대해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청문회를 보고 있자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조선·해운업이 부실이 발생한 원인에 대한 질의는 없고 누가 잘못했는지 꾸지람만 난무했다”며 비판했다. 이어 그는 “조선업과 해운업의 부실은 저유가 등과 같은 산업 구조적인 문제가 이어졌고 관련 업체들은 이를 예측하지 못하고 저가 수주, 운임료 덤핑 등과 같은 안일한 경영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석유공사가 발표한 ‘저유가 시 한국 경제의 득과 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세계 조선발주량은 전년에 비해 49.2% 감소한 1328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를 기록(한국은 592만 CGT 수주)했다. 또 석유시추 서비스 전문업체 머스크드릴링도 유가 약세 속 해양 시추 설비시장이 향후 2년간 침체기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저유가에 따라 국내 조선·해운업은 수조 감소, 운임료 하락 등에 따라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도 실제 2014년 하반기 이후 계속된 저유가로 주요 산유국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중동, 남미 등지에서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며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한 물류기업 대표는 “유가하락과 경기 침체로 대형화주들이 해운업체를 상대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해운사는 적정 운임료 이하로 운임을 하면서 수수료나 창고료 등으로 수입을 챙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구조조정 사태는 결국은 변양호 효과로 봐야 한다. 내물을 받고 이런 것이 아니라 정책을 하면서 미스(실수)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버리니까 누가 소신있게 할 수 있느냐. 그러면 모두 업드려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에도 법정관리에 앞서 여러 가지 것들이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산업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금융논리, 구조조정 논리로만 갔다”며 “서별관회의만 운운하면서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같은 잣대로 들이대는 야당도 상황판단을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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