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최근 한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유방암에 걸려 투병하는 내용이 방영된 바 있다. 유방암 투병 사실을 숨기고자 분투하는 남성의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져 관심을 모았다. 유방암은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남성에게도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유방암으로 인한 전체 진료인원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2011년 10만 4293명에서 2015년에는 12만 1379명으로 4년 동안 3만 7086명이 증가했다. 이 중 남성 유방암 진료 환자는 2015년 기준 505명으로 여성유방암 환자의 1% 수준이다. 연령대는 60∼70대 환자가 약 54%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20∼30대 유방암 진료환자도 약 4%를 차지해 드라마 속 이야기가 실제로도 있을 법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병인 이대목동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 교수는 남성에게도 유선조직이 있기 때문에 유방암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의 경우 유방암의 발병률이 여성보다 적지만, 낮은 질병 인식 때문에 비교적 예후가 좋지 않다. 문 교수는 “남성 유방암의 평균 진단은 여성보다 10년 정도 늦다. 유방암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에 유방암 징후를 무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진단을 미루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남성 유방암의 원인으로는 여성 호르몬의 증가 및 남성 호르몬의 감소, 비만, 음주, 유전 및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하다. 그러나 흔히 여유증이라고 부르는 여성형 유방이 남성 유방암과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 문 교수는 “암 발병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특정원인을 꼽기는 어렵다. 다만 여성형 유방은 단순히 유방 조직이 커진 상태일 뿐 유방암과 연관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유방암은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 한쪽 유방에 통증이 없는 혹이 만져지거나 유두에서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온다면 유방암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 유두 주위 피부에 궤양이 나타날 수 있으며, 혹의 모양은 대체로 불규칙하고 비교적 단단하다. 여성형 유방(여유증)의 경우, 부드럽고 대칭적인 멍울이 만져지고, 눌렀을 때 통증이 동반되므로 유방암과는 차이가 있다. 문 교수는 “다수의 미디어에서 암이 고통스럽게 묘사되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유방암은 통증없이 시작된다”며 “통증이 나타날 정도면 암이 이미 중증으로 진행된 것으로 본다. 유방암이 의심된다면 빠르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남성 유방암의 치료는 여성 유방암과 거의 동일하게 진행한다. 암이 발견되면 종양의 범위에 맞춰 수술이 시행되고 병기에 따라 방사선 치료 및 항암치료가 병행 될 수 있다. 다만, 남성 유방암 환자들은 여성 환자들보다 진료비 부담이 큰 편이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아로마타제 억제제(항에스트로겐제)의 경우, 여성 환자 대상으로만 진료비가 보장이 되고 있어 남성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높다. 남성 환자에게도 충분히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도 보장이 안 되는 것은 아쉽다”며 “유방암 예방을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진단받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한다. 흡연이나 음주를 되도록 줄이고, 꾸준하게 운동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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