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암 걸리겠다’, ‘발암(發癌)주의’ 말 그대로 암을 유발한다는 뜻의 인터넷 신조어로 답답하거나 불쾌한 상황에 빗대 사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스포츠 경기 중 반칙을 한 상대편 선수가 퇴장당하지 않는 상황을 보고 ‘암 걸리겠다’며 답답함을 표현하거나, 운전 중 불법유턴을 하는 운전자의 모습에 대해 ‘발암주의’라고 지칭하며 불쾌감을 표출하는 식이다.
주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이러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스가 암 유발과 관련이 있을까. 김열홍 고려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스트레스와 암에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하나의 암세포가 자라려면 적어도 6개월이 걸린다. 또한 발견되기까지는 대개 2∼3년 이상 소요된다. 암이 나타나는 것은 한 번의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간에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다만 과도한 스트레스는 면역성을 떨어뜨려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적절한 관리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암은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 1위로서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요인 중 하나다. 또한 남성은 3명 중 1명, 여성은 4명 중 1명이 평균 수명까지 생존 시 암에 걸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암 걸리겠다’는 말은 ‘나도 언젠간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자조적인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김 교수는 “건강한 사람도 암 질환으로 수술이나 치료를 받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에 암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분들이 많다”며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국가 암 검진 등 조기검진에 동참하고 암 예방 수칙을 지키면서 암 예방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보다 긍정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가에서도 국민 암질환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 12일 보건당국은 ‘제3차 국가암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해 2020년까지 10만명당 311.6명에 달하는 암발생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10만명당 270.3명)으로 감축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암정책 4대 기본요소(예방, 조기검진, 진단 및 치료, 완화의료)를 바탕으로 암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사망자 비중이 높은 폐암 예방을 위해 고위험흡연자를 대상으로 조기검진을 도입한다. 또한 현재 위암과 대장암 검진프로그램에서 시행 중인 확진검사 비용 지원도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까지 확대한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암 걸리겠다’는 용어 사용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쉽게 내뱉는 용어가 실제 암투병 환자와 가족에게는 상처를 안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네티즌(mine***)은 “어머니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셔서 암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안다. 굳이 암 걸린다는 표현을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다른 말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네티즌(suez***)은 “말이 씨가 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힘들거나 답답한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쓰는 말인 것 같다. 그러나 암 투병과정이 힘든 만큼 치료를 받는 환자나 가족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