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지난 8월 26일, 출산합계율을 올리기 위해 정부가 전격 발표한 ‘난임부부 전면 지원 확대 정책’이 졸속 시행된 정황이 드러났다. 애초 2017년 10월에 계획했던 사업을 1년 앞당겨 조기 시행하려하니 관리 시스템 부재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성북을)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난임 부부 지원 확대 관련 자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23일, 모자보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난임 시술기관의 각종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시행규칙에 따라 시술기관의 각종 정보를 공개하는 시스템 구축은 2017년 상반기에나 완료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시스템이 가동되기 전까지 난임부부는 난임치료 시술기관의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시술을 받아야 한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난임부부 지원 확대'로 출산합계율을 2020년까지 0.062% 늘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모자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난임시술 의료기관의 지정기준 및 변경신고 신설 ▲난임시술 의료기관 평가실시 및 그 결과 지정취소 기준 마련 ▲평가 결과 공표 ▲난임관련 통계시스템 구축 등이다.
그런데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건복지부는 현재까지 난임 시술비 정보를 난임 시술기관 및 난임부부의 시술확인서를 통해서만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확인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 내년 600억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의 지원금액을 제출 받은 시술확인서를 통한 자료만을 토대로 확정한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전국 5대 도시 난임 및 불임 시술, 검사 비용 등 항목별 금액자료 자료요구에 해당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난임 시술기관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2017년 10월에 예정된 사업을 출산합계율 증가를 위해 급하게 추진한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제도 시행을 급하게 앞당기다 보니 난임 시술기관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난임부부들은 2017년 상반기까지 난임치료 시술기관의 시술 및 검사 비용, 착상율 등 시술 자료를 먼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 같은 보건복지부의 졸속 행정으로 당장 난임부부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최근 난임 시술 병원의 갑작스런 시술비 및 검사비 인상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 소재 A 난임치료 전문병원은 2016년 8월 셋째주, 난임부부들에게 이전 시술비 비용보다 50~100만원이 늘어난 비용을 청구하기 시작했다. 정자 처리, 배양 등의 수가 인상, 2차 시술시 받던 할인비율 축소, 착상전 유전자 검사의 생검비 항목 추가 등이 비용 상승의 이유였다. 보건복지부의 난임부부지원 확대 정책이 발표되기 직전의 상황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난임시술 의료기관 대상 시술비 단속은 별도로 시행하지 않으며 향후 난임시술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동민 의원은 “정부의 졸속 정책 추진, 일부 병원의 비도덕적 행위로 인해 고통 받는 난임부부가 생겨서는 안된다”면서 “정부는 정책의 졸속 시행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고통받는 난임부부들을 위한 행정지도 등 모든 조치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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