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또 다시 파행을 거듭했다. 지금까지 국감을 받은 기관은 한 곳도 없다. 증인들도 더 이상 국회 눈치를 보지 않는 상황이다. 다만 농협만이 국감 파행의 화살을 고스란히 맞을 전망이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야당만으로 국감이 진행돼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무위 더불어 민주당 간사 이학용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경 예정된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중단을 선언하고 자리를 떠났다. 야당 의원들은 자리를 옮겨 오후 2시 비공개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이학영 의원은 “국감이 지난 26일부터 3일째 진행되고 있으나 집권여당 위원장과 위원들이 국감을 거부하고 있어 오늘 국감도 일단 진행 할 수 없다”며 “오후 2시에 국회 정무위 회의실에서 국감 증인채택 등과 관련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무위 국민의당 간사 김관영 의원도 금감원을 떠나면서 “오늘 국정감사가 취소될 경우 증인채택 등으로 최소 7일에서 10일 후에나 진행될 수 있다”며 향후 금융권 국감 정상화 자체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국정감사법에는 감사계획서의 감사대상기관이나 감사일정 등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내용을 감사실시일 7일 전까지 감사대상기관에 통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여당의 불출석으로 정무위 국감 중단이 이번주를 넘어설 경우 일정조정도 쉽지 않다.
이처럼 정무위 국감이 파행으로 치닫자 관련 증인들도 국회를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반 증인들이 피감기관인 금감원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다.
금감원 국감 관련 일반증인은 김남수 삼성생명 부사장,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 이찬홍 신한카드 영업부문장,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주인종 전 신한은행 부행장, 임진구 SBI저축은행 대표이사, 최상민 ㈜산와대부 대표이사, 김흥제 HMC투자증권 사장, 류혁선 미래에셋증권 투자솔루션부문 대표 등 9명이다.
증인과 참고인을 위한 대기실이 마련돼 있었지만 이들 모두는 피감 장소인 금감원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금감원 출입을 위한 사전 등록조차도 하지 않았다. 애당초 국감에 출석할 마음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이날 진웅섭 원장, 서태종 수석부원장 등 이날 피감기관인 금융감독원 소속 임직원들은 국감장인 금감원 본원 9층 대회의실에서 10시 전부터 출석해 자리를 지켰다.
업체 한 관계자는 “국감에 출석하기 위해 나서려는데 10시에서 11시 사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국감 중단으로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국감에 불출석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야당 한 관계자는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일반증인들은 2시까지 출석하면 되지만 국감 개시 여부를 떠나 출석요구서를 받으면 국감장 인근에서 대기하는 것이 관례”라며 “만약 국감 개시가 다시 결정될 경우 출석을 하지 않으면 과태료 등 법적조치가 취해진다”고 지적했다.
정무위 국감 파행의 여파가 금융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농협금융,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등 농협 관련 금융기관의 국감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들 기관은 금융기관이지만 농해수위 소관이기 때문이다.
이번 농협 국감에서는 이번 국감 파행을 야기한 김재수 농림부 장관의 특혜 대출 의혹과 ‘흙수저’ 발언 등에 대한 집중포화가 예상된다. 또한 정무위에서 다루지 못한 대우조선 및 한진해운 등 조선·해운산업 관련 부정대출 의혹도 파헤쳐 질 전망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 관련 국감은 야당 단독이라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농협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차질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