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 국정감사 파행에 단초를 제공한 김재수 장관의 특혜 대출 논란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협은행 국정감사를 뜨겁게 달궜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특혜 대출 의혹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진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책임론과 이에 따른 사퇴까지 언급되는 등 김재수 장관을 둘러싼 여야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농협은행은 김재수 장관 대출 금리가 기준금리 이하에 머물렀음을 의심케 하는 이상한 해명자료를 발표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야당 선공…여당, 김재수 장관 지키기
김한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농림위 국감 시작에 앞서 ‘특혜금리의 끝판 왕 김재수’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재수 장관이 받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1.42%는 농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고객 57만명 중 가장 낮은 금리이고, 1.82%로 받은 신용대출금리 역시 111만명 신용대출 고객 중 단연 최저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태흠 의원(새누리당)은 이날 농협은행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제기한 김재수 농림부 장관의 특혜 대출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김태흠 의원은 “농협의 국감은 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함께 논의하는 자리인데 부여된 질의 시간을 좀 다른 방향으로 쓰고자 한다”며 “김재수 장관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잘못되고 허위인 부분을 하나하나 바로잡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재수 장관이) 2001년 당시 시중금리가 8%일 때 1%가 아니라 6.7%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그리고 2006년에 모두 상환했다”며 “의혹이 해소됐음에도 불구하고 김재수 장관을 아주 파렴치한 사람으로 만들어 이 부분을 분석하고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4년 대출을 받을 당시 평균금리 2.84%였다. 근데 2.7% 우대금리를 받았다. 지난해 1.75%로 내려가고 지금은 1.4%로 된 것”이라면서 “다른 사람들이 고정금리를 선택할 때 김재수 장관이 변동금리를 선택해서 금리가 낮아졌다. 이것이 특혜를 받은 것인가 아니면 적법한 것인가”라고 이경섭 은행장에게 물었다.
이경섭 은행장은 “규정에 따라 적용된 것이다. 금리 선택권은 고객한테 있었고 고객이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같은 답변에 김태흠 의원은 “청문회 때 ‘농협과 관련된 정책을 담당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혜택을 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것도 감안했다’고 (이경섭 은행장이) 대답했다”면서 이경섭 은행장을 일으켜 세웠다.
그는 “은행장의 이런 (무책임한) 답변 하나로 나라가 시끄럽고, 김재수 장관이 ‘황제 대출’ 특혜를 받은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렸다. 또 정치적으론 해임건의안이 제출되고, 더 나아가서 여야를 종국으로 몰아가서 결국 국감이 파행 운영됐다”며 “이런 사태 발생에 일부 원인 제공을 한 은행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라고 질타했다.
이같은 책임론과 사퇴 촉구에 대해 이경섭 은행장은 “송구하게 생각한다”라며 짧게 답했다.
◇야당 “김재수 자세가 문제”
이후 질의에 나선 김한정 의원은 이같은 여당의 김재수 장관 옹호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한정 의원은 “국회가 국감을 하는 건지 국민의 의혹과 비난의 대상이 된 장관을 비호하는 건지 참 걱정스럽다”면서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이용한 농협은행 고객 57만명 가운데 김재수 장관이 누린 1.42%의 금리 혜택을 받은 사람은 0.17%다. 또한 신용대출금리도 최저 수준인 1.82%를 적용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협은행이 자신들을 지휘·감독하고 영향력을 미치는 중앙 공무원에게 금리 혜택을 준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고, 재테크를 잘하고 금리를 잘 갈아타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 국민에게 할 이야기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김 의원은 “1만명이 넘는 직원이 있고 공익과 공공의 책무를 지켜나가야 하는 은행 수장이 윽박지르는 이런 정치 논리에 ‘특혜가 아니다’라고 답할 것이 아니라 ‘잘못됐다’ ’고치겠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몰아부쳤다.
이에 이경섭 은행장은 “우리는 다른 은행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기 때문에 우수한 고객 확보차원에서 직업을 불문하고 금리 우대책을 쓸 수밖에 없다”라면서 “김재수 장관이 취임 이후 농협은행에 요청해 9월 중 금리를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김한정 의원은 “공직자는 이해관계가 상출할 때, 업무연관성이 있을 때 (관련 상황을) 피해야 한다. 김재수 장관은 이같은 공직자 공직 윤리에 관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말한 후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음해당하고 ‘흙수저’라서 무시당했다면서 이를 보도한 언론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며 “(야당은) 김재수 장관의 이런 자세와 국민들이 생각하는 공직자 모습 사이의 간격을 지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공방 속 나온 의문의 해명자료
여야의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농협은행은 김재수 장관의 특혜 대출 의혹에 대한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이상한 부분은 해명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특혜 의혹을 반박할 만한 어떠한 자료도 제시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자료에서 농협은행은 “2014년 당시 김재수 장관의 주택담보 대출금리 2.70%는 농협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방식에 의해 결정됐고 이후 시중금리 하락에 따라 1.42%까지 인하됐다”면서 “2014년 당시 신규대출 최저금리는 2.30%로 장관보다 낮은 금리 대출도 상당수 존재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재수 장관이 농협은행과 30년 이상 주거래를 해온 우량고객으로 대출취급 당시 신용등급, 거래기간, 수익기여, 향후 거래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우대를 적용했다”면서 “이러한 우대금리 혜택은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도 실시하고 있는 마케팅전략”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농협은행의 해명자료에는 김재수 장관이 대출을 받은 2014년 6월 농림부 고위 공무원 출신이라는 사항을 제외할 경우 똑같은 조건의 일반인보다 어떻게 상대적으로 저금리의 대출을 받았는 것에 대한 설명이 없다.
게다가 김재수 장관의 대출금리는 당시 기준금리 2.50%에 비해 0.2%p 높은 수준에 불과했다. 대출 금리가 기준금리 보다 높은 조달금리에 가산금리와 리스크 관리 비용 등을 더해 결정되는 것을 알고 있는 금융 전문가뿐만 아니라 이를 모르는 일반인들조차도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농협은행은 “장관의 자발적 요청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 금리를 1.42%, 1.82%에서 일반고객의 우대금리 수준인 2.58%(평균금리 2.84%), 3.14%(평균금리 3.20%)로 각각 1.16%p, 1.32%p 인상했다”며 특혜 의혹이 제기된 후 최근 금리가 일반인 수준이란 점을 부각시켰다.
또한 농협은행 관계자는 해명 과정에서 “김재수 장관의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지난해 1.75%에서 올초 1.42%로 떨어졌다”며 “김재수 장관과 같은 중요한 고객의 경우 기준금리 이하의 금리를 적용하기도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대출금리를 기준금리와 낮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하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라면서 “민간 은행은 이익 추구가 우선인데 어떤 경우에서도 이런 결정을 할 수 없다. 수익보다 중요한 부분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런 의혹과 관련해 농협은 “김재수 장관의 대출 금리를 기준금리 이하로 적용했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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