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에게는 최첨단 무기와 멋진 스포츠카가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훌륭한 스파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스파이 활동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인카드가 필요하다.
이는 영화‘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국장M은 제임스 본드의 법인카드를 정지시켜 그를 통제하려 했다. 스파이 활동은 물론이고, 일반 비즈니스에서도 법인카드는 그 편리성으로 인해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법인카드는 업무용도 뿐만 아니라 사적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만약 법인카드를 업무와 상관없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경우, 그 비용은 인정될 수 있을까? 그리고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이번 칼럼에서는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세금문제를 살펴본다.
◇법인카드 사적사용, 세금부담 늘린다.
법인카드를 업무와 관련 없이 사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회사가 부담할 세금이 증가한다. 또한 그 부인된 비용은 법인카드 사용자의 소득으로 보아 소득세가 부과된다. 이에 더해 업무와 무관한 지출에 포함된 부가가치세는 부가가치세 신고 시 공제되지 않기 때문에 부가가치세의 부담도 증가하게 된다. 법인세의 오용에 대해서는 최고 40%까지의 가산세를 부담할 수도 있다.
법인카드가 없어 개인카드로 업무관련 비용을 지출 후 사후에 회사로부터 정산하여 받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업무와 관련해 지출된 비용이므로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된다. 다만 접대비의 경우에는 법인카드로만 결제해야만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업무에 사용한 법인카드로 인해 적립된 포인트나 마일리지의 경우 직원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때에는 소득세가 과세될 수도 있다. 따라서 법인카드 적립 포인트에 대해서도 회사차원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
◇법인카드, 어떻게 써야 할까?
회사는 법인카드로 결제한 비용이 업무와 관련된 것임을 입증하는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이에는 품위서와 같은 내부검토 자료와 지출증빙과 같은 외부자료도 포함된다. 회사는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업무관련성을 사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검토 결과 업무관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더 구체적인 입증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다음은 업무관련성에 관한 구체적 입증자료가 필요한 경우이다.
첫째, 공휴일이나 휴무일에 사용하는 경우.
둘째,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지역에서 크게 벗어나서 사용하는 경우
셋째, 심야시간이나 새벽에 사용하는 경우
넷째, 사적용도로 전용하기 쉬운 물품을 구입하는 경우. 예를 들면 상품권과 같은 유가증권이나 귀금속·골프용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섯째, 친인척이 사용하거나 가족을 동반한 출장에서 사용하는 경우
여섯째, 한 거래처에서 같은 날 여러 번 분할해 사용한 경우 등
◇법인카드 사적사용 방지, 내부통제제도 필요
법인카드 사용내역은 과세당국이 사후검증이나 세무조사 시 주의 깊게 살펴보는 항목이다. 회사가 법인카드 사적사용액을 복리후생비나 회의비 등 계정으로 분산하더라도, 동일 유형 회사의 법인카드 사적사용액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사적사용이 적발될 가능성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회사는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내부통제제도를 효과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즉 회사는 법인카드의 사적사용을 방지하는 규정을 완비하고 지출내역을 효과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공것이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양잿물은 빨래할 때 사용하는 것이지, 공짜라고 이것을 먹으면 생명에 위험하다는 말이다. 법인카드도 마찬가지다. 법인카드를 업무목적으로 사용해야 하지, 이것을 사적용도로 사용하면 회사와 사용자 모두에게 세금부담을 증가시킴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김태훈 공인회계사·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