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를 배우 변요한은 가장 처음 군 복무 중에 접했다. 당시에는 ‘재미있구나’하고 넘겼던 책이 영화 시나리오가 돼 자신에게 다시 돌아왔을 때, 그때 그 책인지도 모르고 변요한은 시종일관 진지하게 시나리오를 읽었다. “제가 표현해야 하는 시나리오니까, 진지하게 읽었죠. 그런데 읽다 보니까 예전에 읽었던 글인 거예요. 책과 시나리오가 전혀 느낌이 달라서 더 재미있었어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팔판로에서 변요한을 만났다.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군대에서 읽었을 당시의 상상력을 끄집어내고 싶었지만 너무 예전이라 잘 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많이 괴롭혔죠. 이 시나리오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본질적인 것은 무엇일까? 하고요. 공통적으로 나오는 평을 참고해서 캐릭터를 파고들었어요.”
“제가 연기할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변요한은 말했다. 대중들이 아는 변요한은 ‘미생’의 한석율, ‘육룡이 나르샤’의 이방지 정도지만 사실 수많은 독립영화를 발판삼아 성장해 온 배우이기에 더욱 그렇다. “독립영화를 찍을 때 가장 좋았던 것은 간절함과 과감함이거든요.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간절함, 그리고 피부에 그대로 와 닿게 만드는 과감함과 힘이 좋았어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에요. 작품 내내 부성애, 우정, 연인의 사랑까지 수많은 사랑이 나와요. 사랑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 그리고 사랑의 소중함을 관객이 느끼게 하고 싶어요. 물론 제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좋은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하면서 같이 성장하고 싶은 바람도 커요.”
1986년도에 태어난 변요한이 1985년을 살아가는 한수현을 연기하기까지는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변요한이 한수현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작품이 가진 메시지가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한수현을 연기하기로 결정한 후 가장 먼저 변요한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80년대의 아버지 사진과, 자신의 어렸을 적 사진을 달라고 했단다. 그 때 정서를 느끼기 위해서다. 작품 내내 흐르는 故 김현식의 음악을 들으며 수많은 상상을 했다. 그렇지만 배경에 매몰되지는 않았다. “1985년도에 살았던 사람이 2015년을 살아간다고 해서 마음이 변할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했어요. 1985년이든 2015년이든 아버지는 저를 계속 사랑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간과 배경이 어떻든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캐릭터 구축에 큰 도움이 됐어요.”
변요한의 대답 내내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뿍 묻어났다. 변요한이 배우가 되기까지 가장 큰 원동력이 바로 아버지라고. “저희 집은 배우라는 직업이 굉장히 생소한 집안이에요. 아버지도 제가 어릴 적 연극을 할 때부터 ‘배우보다는 다른 일을 하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표하셨죠. 그렇지만 반대는 말 뿐이고, 행동으로는 지지해주셨다고 생각해요. 반대의 연속이 결국 제 오기의 연속이 됐달까요. 제가 오기로라도 버티는 원동력이 되신 셈이에요.”
덕분에 배우가 됐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됐다. 그렇지만 변요한은 아직도 스스로를 ‘배우’라고 소개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남들이 배우라고 불러줘야 비로소 배우라는 직업인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변요한은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할까. “저는 제가 주변인들이나 가족, 대중들에게 필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지인들에게는 필요한 사람, 가족에게는 필요한 아들, 대중들에게는 필요한 배우.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변요한입니다, 하고.”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원작을 보면서 미래에서 나를 만나러 온다면? 혹은 30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을 많이 했던 것이 기억나요. 30년 전 아기 변요한에서 지금까지도 많이 변했지만 30년 후에는 더 많이 변해있겠죠. 배우 변요한도 큰 바람이고 희망사항이지만 제가 바라는 것은 좋은 아버지예요. 배우라는 타이틀보다 ‘좋은 아버지’ ‘좋은 남편’이 더 앞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직업이 제 삶에 앞서면 저 스스로가 행복하지 못할지도 모르니까요.”
onbge@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