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인 없는 은행, 행장부터 노조까지 곳곳이 파벌

[기자수첩] 주인 없는 은행, 행장부터 노조까지 곳곳이 파벌

기사승인 2017-01-13 15:51:39

[쿠키뉴스=김태구 기자] 1997년 IMF 구제금융는 우리사회 전체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당시 은행권에는 부실은행 정리에 따라 대형은행의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합병으로 탄생한 한빛은행(현 우리은행), 주택은행과 합친 국민은행이 대표적인 곳이다. 이후에도 2006년 조흥은행을 합병한 신한은행뿐 아니라, 2015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통합한 KEB하나은행까지 4대 대형은행 모두 인수합병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많은 세금이 투입됐다. 은행은 조금씩 정상화됐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자연스럽게 조직의 화합을 방해하는 파벌 문화가 형성됐다. 때로는 외부적 요인에 따른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런 파벌 악폐는 최근 차기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차기 수장 선임에 들어간 곳은 우리은행과 신한금융지주다.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 차기행장은 이광구 행장의 연임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이동건 부행장이 뒤쫓고 있다.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신한금융지주도 조용병 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2파전으로 압축된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동건 부행장을 중심으로 차기행장에 한일은행 계열 선임을 주장하는 세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한일은행 출신인 이종휘 은행장 이후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이광구 행장이 연거푸 수장 자리를 차지했다. 이번에는 한일은행 차례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광구 행장측은 민영화라는 성과를 내걸고 연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 서열 3위로 알려진 남기명 부행장은 차기행장 신청을 포기하며 이광구 행장의 연임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구 행장이 남기명 부행장을 자신의 후임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신한은행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2010년 그룹수뇌부간의 문제이기는 했지만 경영권을 둘러싼 암투가 있었다. 당시 눈물을 흘리며 회사를 떠냐야 했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의 대언론 홍보담당자가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다. 반면 조용병 은행장은 한동우 현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한 회장은 신한 사태 당시 중립세력으로 급부상한 인물이다.

외부로부터 파벌 싸움이 시작된 곳도 있다. KB금융지주 및 국민은행이다. 2014년 주전산기 교체를 두고 벌어졌던 임영록 KB금융 회장(재정경제부 출신)과 이건호 은행장(금융연구원 출신)의 갈등은 금융지주 및 은행의 지배구조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또한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의 문제점도 대외적으로 노출했다. 

국민은행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이를 수습한 것이 현 윤종규 KB금융 회장이다. 윤 회장은 은행장과 회장을 겸직하면서 조직 화합에 나서고 있다. 윤 회장이 조직 화합을 주장하고 있지만 직원들 간의 화학적 통합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최근까지도 노조 내부에서 갈등과 분열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구)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을 대표하는 노조 집행부는 최근까지도 회의할 때, 테이블 양측에 나눠 앉아 서로의 입장을 주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과 통합한 KEB하나은행은 합병 전 시끄러웠던 분위기와 달리 은행간 화학적 결합절차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는 편이다. 지난 연말에는 대규모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해 통합체제를 공고히 했다. 또한 1월 통합노조를 출범해 김정한(하나)·이진용(외환) 공동위원장 체제를 가동했다.

IMF가 금융권에 상처를 남기고 떠난 지도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은행들이 내부적으로 파벌을 만들고 밥그릇 싸움을 하는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하는 동안, 서민 경제는 가계부채로 파탄이 나기 일보 직전이다. 이런 파벌 악폐를 지켜보는 국민들도 이제 지쳤다. 스스로 이런 악폐를 제거하고 투명해지기 않는 한 은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요원해 보인다.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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