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누룩내음이 코 언저리를 맴돌았다. 건물 2층에 위치한 주향로(酒香路)로 올랐다. 우리나라 막걸리의 역사와 각종 전통주, 술 빚는 모형 등이 연도별로 전시돼있다. ‘주향’이라는 말 그대로 술 빚는 향이 가득했다.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거대한 술 저장고와 첨단 친환경 설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국순당 횡성공장이다.
국순당은 2004년 연간생산 21만6000㎘의 횡성공장을 준공하면서 본사도 횡성으로 이전했다. 횡성공장에서는 전통약주인 백세주를 비롯해 우국생·대박 막걸리와 쌀복숭아·쌀바나나·쌀 크림치즈·아이싱 등 제품 등을 생산한다.
최영환 국순당 본부장은 “횡성에는 잔을 대면 술이 솟아나왔다는 전설이 있는 ‘주천강’이 있다”면서 “수질과 수량이 풍부해 주류 공장이 위치하기 알맞다”고 설명했다.
◊ ‘맛’ 위해 양조 전용미·자체 개발 누룩 사용
처음 견학한 곳은 원재료와 부재료가 저장돼있는 저장창고였다. 원재료 창고에는 양조 전용쌀인 ‘설갱미’가, 부재료 창고에는 술을 빚는데 반드시 필요한 누룩을 비롯해 당 등 기타첨가물과 주력 제품인 백세주에 들어가는 구기자·오미자·인삼 등이 보관돼있다. 더 이상 식품에 들어가는 재료에는 ‘약재’를 쓸 수 없어 부재료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공장에서 ‘R4’로 불리는 자체개발 누룩이었다. 밥을 지어 삭히는 기존 막걸리 제조방식에서 탈피해 생쌀을 가루로 만들어 빚는 국순당의 ‘생쌀발효법’에 특화된 자체 배양 누룩이다. 생쌀발효법은 기존 방법과는 달리 열을 가하지 않은 쌀을 가루로 만들어 상온의 물과 함께 만드는 주조법으로 상대적으로 영양소 파괴가 적고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등이 함유된 것이 특징이다. 한약재의 경우 열을 가하면 영양소가 파괴되는 단점이 있어 달여 넣지 않고 말린 뒤 분쇄해 넣는다.
최 본부장은 “기존 방식을 위해 곡자(전통누룩)를 사용하는 ‘옛날막걸리古’외에는 자체 개발한 누룩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이동한 장소는 주 원료인 쌀을 세척하고 분쇄하는 곳이었다. 방문했던 3일에는 ‘국순당 쌀바나나’제품이 생산되고 있었다. ‘담금’으로 불리는 이 공정을 비롯해 재료에서부터 상품으로 출고되기까지 모든 공정이 중앙제어시스템으로 관리됐다. 담금실에서는 각 제품에 맞춰 혼합률을 입력하면 분쇄된 쌀과 물이 주입돼 불리기에 들어갔다. 이후 누룩이 첨가돼 발효탱크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 발효에서 병입까지 ‘전과정 자동화시스템’
2층 높이의 거대한 발효탱크들이 가득한 발효실에는 술 냄새가 가득했다. 발효실은 원활한 발효를 위해 기온을 25℃로 유지한다. 담금이 완료된 재료에 누룩이 첨가돼 약 5일간 발효가 진행된다. 3일차 탱크에 담긴 술에서는 코를 쏘는 듯한 냄새가 났다. 또 부글거리며 발생하는 탄산에 눈이 따가울 정도였다. 4일째 탱크에서는 탄산과 냄새가 잦아든 상태였다. 이렇게 발효가 끝난 술들은 술지게미를 걸러내는 여과 과정을 거쳐 다른 탱크로 이동했다.
발효와 여과 과정을 거친 술은 ‘나주’라고 불린다. 맛과 향을 내는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맹술’로 알코올 도수가 17도가 넘는다. 따라서 물을 섞어 각 제품에 맞도록 도수를 낮추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후 향과 첨가물을 넣는 ‘제성’ 과정을 거친 후 포장돼 상온과 냉장 등 총 3일의 숙성을 거친 뒤 상품으로 출고된다. 일반 막걸리와 쌀바나나·쌀복숭아 등이 여기 해당된다. ‘아이싱’ 등 탄산이 포함된 제품은 탄산을 투입하는 공정이 추가된다.
국순당의 주력 제품인 백세주는 여기에 12종의 약재를 투입한 뒤 다시 한번 정밀 여과 과정을 거친다. 백세주는 현재 중국에 우리나라 브랜드와 동일한 ‘빠이쓰위주(百歲酒)’로 수출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 등 30여개국에 선보이고 있다. 생산이 끝난 제품들은 병입과정을 거친 뒤 정식으로 출고된다.
담금에서부터 발효·여과·제성·숙성·병입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시스템으로 이뤄졌다. 제품을 담는 병의 이상상태 확인, 병입 직전 숙성된 술의 실시간 성분분석 등에만 인력이 투입됐다. 다만 국순당의 ‘복원주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옛 술인 이화주 등은 고대 생산 방식을 그대로 복원하는 만큼 전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주 제조공장이기도 한 횡성공장은 하루 8시간씩 백세주 생산설비를 가동할 경우 매일 40만병(375㎖ 제품 기준)을 생산할 수 있다. 또 최대 77만ℓ를 동시에 발효할 수 있다.
◊ 친환경공정으로 환경·위생 잡아
공정에서 발생하는 술지게미는 전량 사료로 사용된다. 사업장 내 폐수처리수를 처리하기 위해 3단계 오폐수 처리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또 국순당 횡성공장은 전체품목에 대한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해썹) 인증을 받았다. 주류기업으로는 세 번째다. 해썹 해당 품목은 탁주·약주·과실주·일반증류주·청주·기타주류 등 총 6개 주종 74개 품목이다.
최 본부장은 “모든 공정이 자동화로 이뤄져있으며 해썹 인증도 받았을 정도로 청결에 힘쓰고 있다”면서 “특히 클린지역과 준 클린지역으로 구분해 직원들도 철저하게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