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③] PB의 탄생…기존 1등 제조업체 위협하는 유통채널

[편의점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③] PB의 탄생…기존 1등 제조업체 위협하는 유통채널

기사승인 2017-02-17 09:58:36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 직장인 김모(34, 남)씨는 회사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평소 즐겨 먹던 브랜드 커피를 집어들었다가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편의점 PB 상품 커피를 보고 마음을 바꾸었다. PB커피가 생각보다 맛이 좋고 가격도 마음에 들어 이후로 김씨는 자주 먹던 식품회사의 커피 대신 PB커피를 애용하고 있다. 또 점심시간에 도시락 배달업체를 이용하던 김씨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바꿨다. 김씨는 "편의점 식품들이 가성비가 좋고 맛도 훌륭해 주로 사먹는다"고 말했다. 

PB(Private Brand)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편의점 매출에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 장기화된 불황과 1인가구의 등장 등의 사회배경에서 편의점 등의 유통채널은 접근성을 무기로 명실상부하게 식품 유통의 한 축으로 떠올랐고 기존 식품업체들(National Brand)을 위협하는 브랜드가 되고 있다. 컵커피나 도시락에서는 이미 하나의 플레이어로 자리잡았고 즉석식품류도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 이 같은 PB 상품의 성공은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 

편의점은 PB상품을 처음 소개하기 시작한 유통채널이다. 편의점에 이어 이마트나 롯데마트도 가정간편식 등 PB상품을 늘리고, 식품뿐 아니라 의류, 가전, 화장품, 생활용품, 심지어 주얼리 등 PB상품은 경계 없이 늘어나고 있다. 유통채널이 제조회사의 경쟁사가 되며 유통을 장악하고 있다. 

◇ PB상품 주력한 편의점, 실적이 쑥쑥 

편의점의 성장세는 무섭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5조526억원의 매출, 217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며 매출액은 16%, 영업익은 18.3% 증가했다. GS리테일도 지난해 매출 5조6027억원, 영업익 2132억원으로 각각 20%, 13.1% 늘었다.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3조70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8.4% 늘었다. 

이렇게 괄목할 만한 편의점의 성장은 많은 부분 PB상품에 기대고 있다. 자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앵커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한 덕분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편의점 3사 매출별 10위권 품목 중 5가지가 PB상품이었다. 편의점 CU와 GS25, 세븐일레븐 3사 공통적으로 판매량이 많은 상품은 생수, 커피, 도시락이었다. 디즈니 등 편의점이 제휴해 출시한 키덜트 캐릭터 상품도 인기를 끌었다.

GS25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체 카테고리의 판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174.6%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 증가율이다. 실제로 GS25의 매출액 기준 상품 순위 10위 중 ‘김혜자바싹불고기도시락’과 ‘홍석천치킨도시락’이 2개나 이름을 올렸다.

CU(씨유)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도 도시락이 매출 1위였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배 뛰었다. ‘CU 백종원 한판 도시락’은 매출 1위(담배 제외)를 기록했다. ‘CU 매콤불고기 정식’과 ‘매콤 한입 돈가스&소시지 정식’이 10위 안에 들며 매출 상위 10개 품목에 3가지 도시락이 들어갔다. 

이렇게 도시락 열풍이 불자 편의점은 도시락 배달서비스도 도입했다. GS25의 경우 '나만의 냉장고'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도시락을 주문하면 갖다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고, CU도 최근 배달업체 '부탁해'와 손잡고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배달 서비스가 더 확산될수록 매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커피도 편의점이 장악했다. 편의점은 2년 전부터 자체 브랜드 커피 상품을 내놓았으며 여름에는 자체 냉동고를 갖추고 아이스 컵커피를, 겨울에는 따뜻한 원두커피를 내놓는 등 PB 협력을 하고 있다. 

CU의 즉석 원두커피 매출은 2014년 32%, 2015년 41% 성장하더니 지난해(1~10월)는 전년 대비 63%까지 크게 뛰었다. GS25도 'Cafe 25' 로 즉석 원두커피 론칭 후 매출액 증가폭이 전년 대비 268.4%로 역대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즉석 원두커피인 세븐카페 판매점은 지난해 말 1000개 점을 돌파했고 하루 약 12만 잔이 팔려 나간다.

PB제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CU의 경우 1000여종으로 28%, GS25는 1100여종 36%나 된다. PB상품이 곧 매출과 직결되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CU는 PB제품에 자체 브랜드 HEYROO를 붙이고 GS는 YOU US, 세븐일레븐도 세븐이 들어간 브랜드를 붙이는 등 편의점명과 연결된 브랜드를 만들며 소비자에게 깊이 각인시키고 있다. 

이처럼 편의점이 먼저 들여온 PB상품이 인기를 끌자 이마트에서는 먹거리 브랜드 노브랜드와 가정간편식 피코크 등을 브랜드화했고, 롯데마트도 요리하다를 비롯해 품목수를 늘리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에서도 PB제품이 3000여개에 육박할 정도로 다양화하고 있다. 

◇ 가격거품 빼 기존업체 대비 우위…기존 1위 업체 '울상' 

PB상품은 간소한 포장과 광고비 무집행 등 가격 거품을 빼 기존 업체 대비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이러다 보니 1위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을 불러오는 등 시장의 큰손 플레이어가 되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에서 제휴한 라면의 인기로 농심 등 1위업체의 라면보다 PB 라면이 많이 팔리고, 커피 1위 동서식품의 매출이 떨어지는 등 이미 기존 1위 업체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유통채널이 막강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제조업에 사실상 뛰어든 것이다 .

도시락업체도 타격을 받았다. 편의점 도시락이 잘 팔리면서 한솥도시락 등의 업체들도 예전보다 매출이 줄어들었다. 채널이 2~3위 업체와 손을 잡고 판도를 바꾸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이 간단하게 식사를 대신하는 곳이어서 식품업체에게 위협이 된다면 최근에는 PB도 다양한 상품군으로 늘면서 유통채널이 인기 있는 제품 생산에 직접 뛰어드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편의점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현상이 여타의 유통채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백화점과 아웃렛을 운영하는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도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을 조사해 직접 제품을 만들어 팔거나 중소업체와 협력해 새로운 PB 브랜드를 만드는 데 착수하고 있다. 셋은 모두 음식이나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자회사를 두고 음식을 만들어 파는 사업에 다양하게 진출해 있다.

식음료뿐 아니라 그 범위도 다채롭다. 롯데나 신세계가 의류를 수입하는 자회사를 두고 있고 현대백화점은 국내 굴지의 의류업체 한섬과 SK네트웍스의 수입의류 부문을 인수해 패션업계 4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홈플러스와 이마트 등은 국내 업체와 협력해 각각 F2F, 데이즈 등 중저가 SPA 의류를 내놓고, 롯데그룹도 자체 SPA '테'를 론칭했다. 

'한류' 열풍이 불며 판매량이 많은 화장품도 유통업체가 눈독들이는 것 중 하나다. 롯데와 신세계는 각각 화장품 제조 사업에 뛰어드는 등 화장품 제조 생산에 손을 뻗쳤다. 최근에는 보석까지 PB로 만드는 등 협업이 커지고 있다. 

편의점도 향후 고객이 찾는 물품에 PB가 확장될 가능성이 더욱 점쳐지고 있다. 다양한 상품 제휴를 통해 편의점에 오는 고객이 더욱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불황이 짙어지면서 가성비를 따지고, 맞벌이가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점점 더 바깥에서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경향이 계속해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이다. 

편의점 관계자는 "전국 유명 맛집과 협업하거나 새로운 식재료를 넣는 등 편의점 먹거리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며 "좀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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