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대구=최태욱, 김명환 기자]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한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당연한 결과이지만 착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국민과 민주주의가 이겼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영업을 하는 차동건(44·대구 남구)씨는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정치인들이 나라를 잘 관리해서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택시운전사를 하는 박정헌(46)씨는 “처음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을 때 박 대통령이 반성하는 자세를 보였다면 탄핵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오늘 헌재의 판결은 국민들의 뜻과 염원이 담긴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직장인 권태웅(35·대구 달서구)씨는 “비선 실세 최순실과 박근혜의 국정 농단이라는 부끄러운 역사적 오점을 국민 스스로 이뤄낸 탄핵이라는 결과로 다시 한 번 희망을 가질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취업 준비생 송무권(31·경북 김천시)씨는 “지인들과 TV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지켜봤다. 처음에는 평결문이 탄핵 기각 분위기라 걱정했지만 원하는 대로 인용돼서 다행”이라며 “하루 빨리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리되고 대한민국이 안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구에서 17차례 촛불집회를 이끌어 온 박근혜 대통령 퇴진 대구시민행동(이하 대구시민행동)은 이날 동성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승리,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외쳤다.
대구지역 8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대구시민행동은 “오늘 우리는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임을 자랑스럽게 선언한다. 국민들이 기어코 박근혜를 탄핵했다”며 “이는 4개월이 넘도록 촛불광장을 지킨 국민들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보수의 심장답게 탄핵심판 인용 결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김영호(64·대구 수성구)씨는 “대통령을 말단 공무원 징계하듯이 여론몰이로 타격을 가해선 안된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사실이 수치스럽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부 배문옥(여·55·대구 달서구)씨는 “설마 했는데 만장일치로 탄핵 인용 결정이 날 줄은 몰랐다”며 “탄핵 결정으로 나라가 더욱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보수 정치인들이 앞으로 행동을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며 탄핵을 반대했던 김미경(여·55·대구 수성구)씨는 “고영태의 녹취록은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점 등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며 “박 대통령의 소통 방식이 잘못되고 지인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탄핵 사유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북 고령군 이말순(68)씨는 “기각을 기대했는데 쫓겨난다고 생각하니 대통령이 불쌍한 생각이 든다”며 “대통령이 사리사욕을 위해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되기보다 정치적인 음모에 희생된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구미에 사는 회사원 김봉진(57)씨는 “이번 결정은 박 대통령을 지지한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특히 탄핵의 방식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게 적절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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