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전공의들이 말하는 열악한 수련환경에 ‘사람’도 포함해야할 것 같다.
최근 대학병원 교수가 전공의를 폭행한 일이 벌어졌다. 엊그저께는 교수로부터 수년에 걸쳐 성희롱, 성추행 피해를 입은 전공의들이 병원과 노조, 그리고 언론에 투서를 보낸 사연이 전해졌다.
흰 가운을 입고 환자 치료와 연구에 매진할 것만 같은 대학병원 교수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는 성희롱을 일삼고 폭력까지 행사했다는 사실은 환자입장에서 꽤나 충격적이다.
대한전공의협회에 따르면, 2015년 조사 결과 여성 전공의의 절반 이상에서 병원 내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와 관련 전의협 담당자는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대부분의 여성 전공의들이 경험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전공의 폭행사건이 불거지자 기동훈 전공의협회장은 “이런 일이 종종있다”며 “조용히 묻히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의사, 그리고 교육자로서 모범을 보여야할 교수들이 전공의들에 군림해왔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에게 주어진 명예가 타인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의미가 전혀 아닌데도 말이다.
비단 이는 전공의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위 우병우스러운 마인드가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내가 누군데 감히’, 혹은 ‘네까짓 게 감히’로 시작되는 불순한 사례들은 맘만 먹으면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쌓인 분노는 또 다시 낮은 곳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아래로만 내려가는 갑질의 속성 때문이다. 전공의 폭행사건을 다룬 기사에서 한 네티즌은 '전공의들만 그렇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서적·신체적 폭력이 다른 곳에서도 행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갑질이 향하는 아래, 또 그 아래에는 누가 있을까. 많은 약자들이 폭력과 차별, 그리고 싸늘한 시선을 감내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섬뜩한 기분이 든다.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전공의를 향한 부당한 폭력은 없어져야하며, 이는 여타의 수련환경개선책 보다 중요한 문제다. 더불어 문제 교수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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