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유수환 기자] 삼일, 삼정, 안진, 한영 등 4대 회계법인이 상장사 절반 이상의 회계감사를 과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회계법인 3곳 중 1곳은 상장사를 대상으로 감사를 전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등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1898곳의 감사를 맡고 있는 회계법인은 108곳이었다. 회계법인 1곳당 상장사 17.6곳을 감사하고 있는 셈이다.
대형 회계법인 4곳이 매년 회계감사를 하는 상장사가 나머지 회계법인들이 감사하는 상장사보다 많았다. 이 가운데 삼일, 삼정, 안진, 한영 등 4대 회계법인이 절반(50.1%)이 넘는 상장사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일은 상장사 295곳(15.5%)의 감사를 맡아 가장 많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43곳, 코스닥시장 상장사 152곳이다. 이어 삼정 234곳(12.5%), 안진 221곳(11.6%), 한영 200곳(10.5%) 등이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를 비롯해 네이버와 삼성물산 등은 삼일이 맡았다.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와 한국전력, 현대모비스 등은 삼정이 감사를 맡았다.
안진은 시총 3위 현대차와 SK이노베이션 기아차 등의 감사를 맡고 있다. LG생활건강, 롯데케미칼, 하나금융지주 등은 한영이 감사인이다.
이들 다음으로는 대주가 상장사 94곳(5.0%)을 맡았지만 빅 4와 격차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삼덕은 91곳(4.8%)으로 대주와 5위 자리를 다퉜다. 또 신한(71곳), 안경(42곳), 한울(40곳), 이촌(33곳) 등이 10위권에 들었다.
반면 상장사 감사를 담당하는 108개 회계법인 가운데 상장사 10곳 이상을 맡은 회계법인은 30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78곳의 회계법인이 담당하는 상장사는 소수에 그쳤다.
상장사 1곳만을 감사하는 회계법인이 18개에 달했다. 상장사 2곳을 감사하는 회계법인은 20개, 상장사 3곳을 맡은 건 11개, 상장사 4곳을 맡은 건 8개였다.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회계법인이 164곳인 것을 고려하면 회계법인 중 34.1%인 56곳은 상장사 한 곳도 감사를 담당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계업계의 이런 빅4 구도는 빅3 구도로 더 과점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가 5일 안진에 대해 12개월 신규 감사 업무정지 징계를 확정해 안진이 감사를 담당하던 상장사들의 감사인 교체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안진을 감사인으로 둔 상장사들은 안진과 비슷한 규모의 대형회계법인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기에 대형 회계법인의 과점화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회계법인 164곳 중 직원이 100명 이상인 회계법인이 11개, 50~100명 13개, 10~50명 136개, 10명 미만 4개 등이다.
이 중 삼일은 직원이 1923명으로 회계법인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삼정은 1357명, 안진 1115명, 한영 774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소규모 감사반은 직원 10명 이상이 16개, 10명 미만이 254개 등 270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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