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 병을 고쳐야 하는 의사들이 수입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어린이들의 야간·휴일진료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행위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동네 양아치랑 뭐가 다른데, 사람들 앞에서는 의사라고 폼잡고 다니겠지” “어쩜 이럴수가 있는지, 의사 자격 없어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공정위는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소청과의사회, 회장 임현택·충남 아산 림스소아청소년과의원) 의사들이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활동을 방해한 행위에 공표 명령 등 시정조치와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소청과의사회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소아 환자가 야간, 공휴일에도 응급실이 아닌 일반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평일 밤 11~12시, 휴일 18시까지 진료하는 병원으로,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4년 8월부터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소청과의사회는 1990년에 설립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단체로 전국적으로 12개 지회가 있으며 현재 3600명의 전문의가 가입돼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영유아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해서 일생을 헌신하는 어린이 건강 문제에 가장 전문가들이 모인 단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의사라는 전문가 지위를 이용해 일부 국회의원을 압박하는 정치적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공정위는 소청과의사회가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에 참여하는 의사들에게 해당 사업을 취소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달빛어린이병원 참여를 포기하게 했다고 밝혔다.

2015년 3월 이 단체는 충남 소재 A병원과 접촉해 사업 취소를 요구했다. 또한 같은 해 5월 부산 소재 B병원과 접촉해 달빛 어린이 병원 사업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기도 했다. 

또한 2015년 2월에는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참여를 지속하는 경우 소청과 의사회 회원 자격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징계안을 결의하고 회원들에게 통지했다. 회원자격이 제한되면 소청과의사회가 개최하는 연수·강좌, 의사회 모임 등에 참여할 수 없고 의사회 내의 선거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이와 함께 소청과 전문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페드넷’에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참여 의사들의 접속을 제한하도록 요청해 실제 접속이 제한되게 했다. 소청과 전문의들은 페드넷을 통해 최신 의료 정보, 구인 구직 정보를 얻고 있어 접속이 제한되면 병원 운영과 진료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소청과의사회는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에 참여하는 의사들의 이름, 사진, 경력 등 개인정보를 페드넷에 공개해 비방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런 소청과의사회의 압박으로 2014∼2016년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에 참여한 17개 병원 중 5개 병원이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을 취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 질서가 정착되고 야간·공휴일 소아 환자 등에 대한 의료 서비스 확대의 기반을 마련해 소비자 후생이 큰 폭으로 증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각종 사업자 단체의 법 위반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여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방 모병원 소아과 전문의는 “소청과의사회는 개원의가 중심이 된 강성 단체로 의료 행위의 공익성 보다는 개원의들의 수익과 돈벌이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