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서울대 의과대학 정신과 법인교수 채용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에 대한 서울의대 정신과 권준수 교수의 내부고발로 불거진 이 사안은 서울대 내부의 뿌리 깊은 교수 임용 관행 및 시스템 문제로 확대돼는 모양새다.
쿠키뉴스 단독 보도(본지 5월11일자) 이후 국내 여러 언론들이 해당 사안을 보도하기 시작하자, 현 서울대 2기 집행부도 입장 표명을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사안에 깊이 관여된 성낙인 총장과 1기 집행진들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 사안의 최대 피해자로 지목된 핵심 인사 A씨가 본지에 심경을 밝혀왔다. 소송 전으로 번진 이 문제에 대해 A씨는 “참담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서울대병원에서 한 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서울대병원 소속의 진료교수, 임상교수, 기금교수들에게 서울대의대 법인교수 임용이 갖는 의미가 적지 않을 텐데.
△서울대의대 소속 법인교수라 함은 일반적인 대학교수를 말한다. 의대 교수 체계는 일반 대학 교수 시스템과 다른 부분이 많다. 물론 의사의 본분이 진료라는데 이견이 없다. 이는 진료교수 및 임상교수 등 병원 소속 교수 직책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상 진료를 잘 하는 교수 중에 충분한 연구 실적을 갖춘 사람이 법인교수로 임용된다. 본인의 경우 연구에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연구 실적이 제법 많았다. 만약 교수 임용 관문을 통과하게 된다면 계속 연구를 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그 바람이 좌절됐다.
△법인교수 채용 공고가 나도 나이 등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다. 마냥 계속 지원할 수 없다는 말이다. 밤을 새고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하며 연구 실적을 쌓았다. 다만 연구를 이어가지 못하게 되어 아쉽다. 한편으론 진료에 집중하자고 자위하지만, 임용 과정에서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
-서울대 측은 정신과 내부 정치가 후보자 선정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후보 선발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가. 없다. 서울대는 소명 청취 등 조사 과정을 거쳤는가. 없었다. 문제가 있다는 객관적 증거를 서울대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2016년 1학기에도 만약 내부 갈등이 있었다면 과나 의대에서 본인을 통과시켰겠는가. 그러나 본인(나)은 아무 문제없이 통과했다.
과내 심사에서 두 명의 후보가 경쟁을 했다. 무기명 투표 결과 13대 3의 압도적인 찬성표를 받았다. 득표 결과는 과 내에서 갈등의 소지가 없었음을 나타낸다. 서울대는 16 대 0이라야만 분쟁이 없었다고 할 것인가. 과 내 프로세스 이후 의대 인사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사도 통과했다. 99.68점(100점 만점)을 받았다. 심사에 참가한 내외부 인사들도 만장일치로 본인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정신과 내부 분쟁이 없었다는 게 여러 단계를 거치며 증명된 셈이다. 그렇지만 서울대 측은 이렇다 할 이유도 밝히지 않고 ‘문제가 있다’고만 주장한다.
-서울대 측은 의대 정신과와 인문대를 비교한다. 동일한 내부 갈등 문제가 발생한 인문대의 경우 2016년 1학기에 교수 임용 자체를 철회했지만, 의대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는 논지다.
△인문대에서 벌어진 일이 과연 의대 정신과와 같은 사례라고 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서울대 측은 동일한 사례로 판단하고 있다.
△공통점은 하나다. 결과적으로 교원인사위원회 상정을 막았다는 것뿐이다. 의대와 인문대의 심사 절차는 개별적이다. 적잖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인문대에서 임용을 취소한 것이 과연 잘한 결정인지 아닌지도 곱씹어볼 문제다. 우선 의대와 인문대를 비교해 상정 거부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게 황당하다.
-2015년 당시 교수 후보 모집 공고가 두 번 나갔다. 서울대는 재공고가 결국 A씨에게 문을 열어주기 위한 ‘꼼수’로 판단했다.
△재공고 사유를 밝힌 경위서가 의대에 보고됐다. 다시 말하면 재공고를 결정한 건 의대다. 서울대 주장의 요지는 결국 ‘권준수 교수가 뽑으려던 특정인이 있었다’는 것일 터. 과내 심사 당시 경쟁 후보가 권 교수의 제자였다. 본인은 전공을 바꾸었기 때문에 권 교수의 지도를 받지 않았다. 자기 사람을 뽑으려 했다면 자기 제자를 우선순위에 두지 왜 본인처럼 엉뚱한 사람을 뽑으려 했겠는가. 권 교수가 꼼수를 부렸다면 왜 이 사안을 공론화하고 들춰내고 있을까. 반면 서울대는 쉬쉬하며 숨기기 급급하다. 꼼수는 은폐하려는 쪽에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심사과정에서 권준수 교수로부터 어떠한 혜택도 받지 않았다고 확언할 수 있나.
△오히려 불리한 상태에서 심사에 임했다. 경쟁후보는 권 교수의 제자이자 본인의 선배였다. 또한 당시 본인은 진료교수로 경쟁자보다 병원 내 직책도 낮았다. 그러나 교원 임용 규정에는 신분에 따른 차별이 없다. 판단 요소가 아니란 말이다. 어떠한 혜택도 없었다. 후보 특정인에게 혜택이 있었다면 이는 곧 교수 임용 비리다.
과내 심사에서는 무기명 투표로 후보가 정해진다. 권준수 교수가 후보 선발에 영향을 줄 수 없다. 본인은 의대 심사에서도 압도적인 점수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권 교수는 (본인을 포함한) 특정인을 비호할 수 없었다. 사실 본인은 높은 심사 점수를 받아서 비호 받을 이유도 없었다.
-성낙인 총장에게 자문을 하는 별도의 위원회, 즉 ‘임용심사위원회’에서 이 사안이 걸러졌다고 한다.
△후보가 교원인사위원회에서 심사를 받지 못하도록 막은 이유를 납득키 어렵다. 인사 단계에서 후보를 제대로 판단할 역량이 없는 이들이 중간에서 인사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건 매우 이상한 일이다. 구성원조차 공개하지 않는 별도의 위원회가 정식 절차를 가로막았다. 지난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비선실세 논란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서울대는 성낙인 총장이 임명 결정권자인 만큼 심사 절차의 공정성을 모니터링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성 총장이 권한남용을 통해 교원 임명 절차를 무시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인데.
△‘총장이 신규채용후보자를 심사 및 선정’한다는 구절이 학칙에 있는 건 맞다. 그렇다고 나머지 임용 절차를 무시하는 권한까지 부여한 건 아니다. 학칙 한 부분만을 떼서 ‘이것을 보라. 총장이 임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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