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사경을 헤매는 환자…. 인공호흡기와 외막산소공급기가 바쁘게 시행되고, 항생제와 진통제는 약물주입펌프를 통해 중심 정맥으로 쉴 새 없이 투입된다. 환자감시장비와 동맥 도관도 시시각각 체크된다. 환자의 상태가 이렇다보니 이송은 흡사 사선을 넘나드는 일처럼 여겨진다. 서울시 중증환자 이송 서비스(SMICU: Seoul Mobile Intensive Care Unit)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달리는 중환자실!”
송경준 센터장(45·서울대의대 응급의학교실 교수)의 말이다. 서울시 중증환자 이송서비스를 한마디로 표현해보라는 요구에 돌아온 대답이다. 올 초부터 사업 총괄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그에게 SMICU는 자부심과 어려움이 혼재된 대상인 것 같아 보였다. 사업 시행 1년 6개월여. 계절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이 ‘달리는 중환자실’은 서울 곳곳의 병원과 병원을 오가며 중환자를 ‘이사’ 시켜주었다. 지난 2015년 서울시보라매병원이 시범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서울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화된 사업은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시행 초기만 해도 “서울대병원이 환자를 빼가려 한다”며 오해받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그 동안 적잖은 언론이 SMICU에 호기심을 드러냈지만, 대중에게 ‘중증환자 이송’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SMICU 의료진이 감수해야 할 어려움도 적지 않았을 터. 13일 서울대병원에서 송 센터장을 만나 ‘움직이는 중환자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서울시 중증환자 이송서비스(SMICU)만의 장점을 꼽는다면.
=중환자를 돌볼 수 있는 충분한 장비와 인력이 갖춰져 있다는 게 가장 핵심이다. 통상 SMICU는 병원간 이송에 활용된다. 타 병원으로의 이송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게 SMICU만의 장점이다. 중환자실에서와 동일한 처치가 이뤄지기 때문에 환자의 안전이 보장된다.
Q. 기존 구급차와 비교해 좀 더 설명을 한다면.
=일단 구급차에는 의료진이 상주하지 않는다. 중증환자의 이송을 요하는 경우 구급차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하는 이유다. SMICU는 진화된 형태의 고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응급의학 전문의와 간호사 및 응급구조사로 구성된 처치팀이 환자의 상태를 돌보며 이송하게 된다. 가장 심각한 건 ‘사설 구급차’다. 구급차에는 반드시 응급구조사가 동승해야 한다. 그러나 자격 관리가 미흡한 나머지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Q. SMICU는 서울시 사업을 서울대병원이 수탁 운영하는 형태다. 지자체와 보건 당국, 의료기관이 그동안 이 같은 사업을 쉽사리 진행시키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로 ‘돈 문제’가 거론되는데.
= 서울 내 이송 비용은 7만5000원(기본)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처치가 이뤄진다. 문제는 이에 대한 치료비를 청구할 방법이 없다. 가령 인공호흡기 연결 튜브 하나의 단가가 8만원이다. 이를 하나 사용하면 이송 후 5000원의 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 서울시 예산으로 이를 갈음하고 있는 상황이다. 타 지역에서 중증환자 이송서비스를 시행하기 어려운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지자체의 보건 예산 규모가 매우 낮은 수준이다(SMICU의 지난해 서울시 예산은 10억원을 조금 못미쳤다). 지속적인 확대를 위해서는 결국 보건복지부가 나서야 한다.
Q. 서울내 적용 지역을 넓힌다고는 하지만 서울 전 지역을 ‘커버’하기에는 예산 등 여러 난관이 존재할 것 같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되어야 하는가.
=최소 4유닛(4개 차량)에 40~50명의 의료진이 요구된다. 이 정도이면 서울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Q. 앞서 중증환자 이송서비스를 시행·유지하려면 결국 복지부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이는 곧 공공의료 사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일개 지자체와 병원이 운영할 수 없다고 본다. 공공서비스로 운영돼야 맞다. 이를 위해선 정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Q. SMICU에 대한 타 의료기관 및 의료진의 반응은 어떤가.
=‘서울대병원이 환자를 빼간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SMICU를 활용한 의료진은 진가를 아는 것 같다. 병원 입장에서도 굉장한 이득이다. 통상 구급차로 중환자를 이송하려면 의료진과 장비를 구급차에 싣고 가야한다. 소규모 병원 입장에선 이는 큰 부담이다. 그러나 SMICU를 통하면 불필요한 소모 없이도 안전한 이송이 가능하다. 현재 예약 이송을 신청하는 병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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