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가을야구 멀어지는데… 조원우 감독 ‘승부처’ 언제 오나

[옐로카드] 가을야구 멀어지는데… 조원우 감독 ‘승부처’ 언제 오나

가을야구 멀어지는데… 조원우 감독 ‘승부처’ 언제 오나

기사승인 2017-08-04 1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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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문대찬 기자] “아직은 승부처가 아니다”

지난해 여름 조원우 감독이 내뱉은 이 말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팬들의 조롱거리가 됐다. 

발단은 이랬다. 올해와 같이 당시 롯데는 치열한 중위권 다툼을 벌이던 중이었다. 그런데 조원우 감독이 마무리 투수 손승락의 투입을 최대한 아끼려다 경기를 놓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이에 대한 비판에 조원우 감독은 “아직 승부처가 아니다”는 말로 자신을 변호했다.

동의할 수 없었다. 승부처까지 손승락을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심산이었겠지만 당시 손승락은 10개 구단 주전 마무리 투수 가운데 경기 수와 소화 이닝이 전부 하위권이었다. 세이브 개수도 8개로 리그 6위였다. 이틀 연투는 3차례에 불과했고 3일 연투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결국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친 것이 도미노가 돼 조원우 감독이 기다리던 승부처는 끝내 오지 않았다. 신임 감독 체제 하에서 ‘가을야구 반전’을 노린 롯데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다. 조원우 감독은 여전히 ‘초보감독’의 티를 벗지 못한 듯하다. 

롯데는 지난 주 SK를 상대로 1승2패를 거둔 뒤, LG와의 3연전에서 전부 패했다. 

중위권 추격에 박차를 가하던 롯데로선 치명상을 입었다. 롯데는 선두 KIA를 스윕하고 상승세를 탈 때만 해도 4위 LG와 2.5경기 차를 유지했다. 그런데 이제는 LG와의 승차가 6.5경기까지 벌어졌다. PS 마지노선 5위 넥센과는 6경기 차다.

사실상 가을야구가 힘들어졌다. 결국 이번에도 여름을 넘지 못했다.

익숙한 패턴이다. 근 5년 간 롯데는 5강 언저리에서 머물다가 여름에 곤두박질치며 가을야구행 기차에 탑승하지 못했다. 타 구단이 승부수를 던지고 전력 질주 할 때 롯데만 뒤처졌다. 

이번 주 LG, 넥센과의 6연전은 선수와 팬 모두가 동의하는 승부처였다. 이번 주 결과에 따라 가을야구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였다. 롯데로선 내심 4승 이상을 거두길 바랐을 터다.

하지만 롯데가 LG와의 3연전에서 보인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특히 중심을 잡아줘야 될 조원우 감독은 승부처에서의 의아한 선수 기용으로 모두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조원우 감독의 패착이 나온 경기는 2차전이었다. 1차전을 타선 침체 탓에 무기력하게 내준 롯데는 2차전 역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선취점을 내줬으나 조금씩 추격을 시작해 2대2로 균형을 맞췄다. 결국 팽팽히 맞선 상태로 9회까지 경기가 이어졌다.

2대2로 맞선 9회 초 롯데 공격이었다. 선두타자 강민호가 안타로 출루했다. 강민호는 발이 느리기로 유명하다. 점수를 짜내기 위해선 대주자를 기용해야 될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벤치는 후속타자 번즈에게 번트를 지시하고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강민호는 후속 타자 번즈의 번트 타구 때 2루에서 아웃됐다. 강민호를 2루에 보낸 뒤 대주자를 기용하겠다는 심산이었겠지만 그럴 것이었다면 사실 교체 타이밍을 앞당겨도 상관없었다. 

조원우 감독의 의아한 기용은 10회 말에도 이어졌다.

롯데는 10회 초 2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했다. 매듭만 잘 지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손바닥 저림 증상으로 내려간 송승락을 이어 등판한 조정훈이 10회 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조정훈이 연속 안타를 내주며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7년 만에 부상에서 복귀한 조정훈은 올 시즌 투구 한계치가 30구에 불과했다. 이에 투구 수가 근접하자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LG 타자들은 이를 간파해 철저히 조정훈의 포크볼을 배제한 채 타석에서 노림수를 가져갔다. 

결국 조정훈은 땅볼 2개로 1점을 허용하며 4대3 한 점 차 추격을 허용했다. 이어진 2사 2루 상황. 한 타자만 잡으면 롯데가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LG가 대타 투입 강수를 두자 롯데 벤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불펜에선 배장호와 이명우가 몸을 풀고 있었다. 교체가 예상됐지만 벤치의 선택은 조정훈이었다. 그러나 제구가 흔들린 조정훈이 볼넷을 내주며 2사 1,2루가 됐다. 확연한 교체 타이밍이었지만 벤치는 이번에도 조정훈을 방치했다. 결국 2타점 끝내기 2루타에 경기를 내줬다.  

물론 롯데 선수들이 3연전 내내 보여준 나사 빠진 플레이는 비판 받아야 한다.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가을야구 좌절 책임의 1순위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승부처 때마다 안이한 결정으로 경기를 그르친 조원우 감독의 책임 또한 크다. 롯데는 마운드의 힘이 강한 데 비해 타선 집중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때문에 1,2점 차 승부가 향방을 가르는 경우가 잦다. 이 때 승리는 감독의 역량에 따라 갈리기도 한다.

조원우 감독이 LG와의 2차전 때 조정훈이 아닌 다른 투수를 선택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 있다. 야구는 특히 분위기에 좌우되는 스포츠다. 2차전을 승리했다면 위닝시리즈도 가능했다. 결과론뿐인 얘기지만 결국 결과로 책임을 지는 것이 감독이다.

혹자는 2년 차 감독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초짜’ 감독에 대해 모두가 우려를 표할 때 독이 든 성배를 스스럼없이 받아든 것은 바로 조원우 감독 본인이다.

구단도 앞선 김시진, 이종운 감독과는 다르게 전폭적인 지원을 보냈다. 불펜 강화를 위해 손승락과 윤길현을 FA로 영입했고 올해는 이대호를 150억이라는 거액에 데려왔다. 트레드를 통해 뼈를 내주고 불펜 자원 장시환까지 영입했다. 

하지만 올해의 롯데는 지난 몇 년 간의 롯데와 다를 것이 없다. 투타 엇박자와 엉성한 수비, 승부처에서 고꾸라지는 모습까지.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도 팀을 제대로 꾸리지 못한 건 조원우 감독의 역량 부족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조원우 감독은 2년 전 취임식에서 “성적이 나쁘면 그만두는 게 프로”라며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 이제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mdc0504@kukinews.com

사진=연합뉴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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