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엔 전화위복이었다. 마에다 켄타가 쏟아지는 빗속에서 무너졌다.
LA 다저스 마에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4피안타 2피홈런 2실점했다.
비가 문제였다. 배수 문제로 경기 시작이 예정보다 40분 늦어진 데다가 빗줄기가 거세져 한 차례 경기가 중단되기도 하면서 리듬이 깨졌다. 마에다는 2시간52분이 흐른 뒤에야 마운드에 올랐다.
투수는 예민한 포지션이다. 직전 이닝에서 소속팀 공격이 조금 길어지기만 해도 리듬을 잃고 무너지곤 한다. 노히트노런이나 퍼펙트와 같은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하는 투수들의 일반적인 공통점은 맞대결하는 투수 역시 호투를 펼친다는 점이다. 어깨가 식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면 줄일수록 자신만의 리듬으로 호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단 얘기다.
따라서 비가 많이, 길게 온 이날은 투수로선 최악의 환경이었다. 마에다는 매 이닝 장타를 허용한 끝에 무너졌고 SF 블락 역시 다저스 타선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조기 강판했다. 예정대로 경기가 치러졌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 있다.
당초 12일은 류현진의 등판 예정일이었다. 하지만 돌연 코칭 스태프가 류현진의 선발 등판을 취소했다. 최근 부진에 빠진 다르빗슈를 배려한 로테이션 조정이었다. 류현진은 13일 시뮬레이션 투구를 하는 것으로 등판을 대체하기로 했다.
5인 선발 로테이션과 PS 선발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류현진이 예정대로 등판해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마에다와 같이 무너졌다면 PS 선발 가능성은 0에 수렴할 수 있었다. 최악의 상황을 면함으로써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