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롯데가 구세주를 기다리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11일 NC 다이노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 6대13으로 완패하면서 시리즈 전적 1승2패 수세에 몰렸다.
1경기만 패하면 시즌이 마무리된다. 5년을 기다려온 가을야구가 한낱 짧은 꿈에 그칠 위기다. 이제 배수의 진을 치고 NC를 맞아 싸우는 수밖에 없다.
그간 롯데가 PO에서 친 배수의 진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롯데는 2000년대 들어 1패가 곧 탈락을 의미하는 엘리미네이션 게임 승률이 1할6푼7리(1승6패)에 그친다.
확률도 롯데에 등을 돌렸다. 준PO 시리즈 전적 1승1패 상황에서 3차전을 잡고 2승을 거둔 팀의 PO 진출 확률은 100%다. NC는 시리즈 전적 1승1패에서 2승1패를 만든 5번째 팀이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의외의 선수가 아닌 당연히 해줘야 할 선수의 활약을 기대 중이다. 하지만 롯데의 정규시즌 팀 타율과 OPS(출루율+장타율)는 모두 리그 6위권으로 객관적인 전력상으론 NC에 뒤처진다. 기적적인 레이스를 펼친 8월에도 마운드의 안정감, 득점권에서의 집중력으로 승수를 챙겼을 뿐 타선은 내내 롯데의 걱정거리였다.
전력 차이에 상반된 분위기까지. 하던 대로만 해서는 시리즈 판도를 뒤집긴 힘들다. 롯데가 기적을 쓰기 위해선 이른 바 ‘미친 선수’의 등장이 절실하다.
PO와 같은 단기전에서는 깜짝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중요하다.
11일 경기에서 4안타 2홈런 4득점 3타점을 기록한 NC 노진혁이 그 예다.
거듭된 실책을 범한 박석민을 대신해 출전할 때만 해도 노진혁이 경기를 주름잡는 선수가 될 거라고 짐작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노진혁은 타이트한 점수 차에서 달아나는 투런 홈런을 포함한 맹활약으로 경기 MVP까지 수상했다.
올해 상무에서 전역한 노진혁은 2013시즌부터 정규리그 통산 212경기에서 홈런이 고작 4개에 불과한 선수였지만 이날엔 무려 2개의 홈런포를 가동하며 NC를 승리로 이끌었다.
반면 롯데는 현재까지 이런 ‘미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각자가 가진 능력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차전에서 강민호는 5타수 무안타에 결정적인 실책까지 저지르며 팀 패배의 원흉이 됐다. 전준우는 3경기 14타수 3안타의 빈타에 허덕이는 중이다. 주루에서 아쉬운 모습을 연출하며 흐름을 끊었다.
선발 마운드는 제 몫을 다했다. 노진혁과 같은 선수가 타선에 등장해야 한다. 분위기에 예민한 팀인 만큼 한 선수의 깜짝 활약에 시리즈를 뒤집는 동력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은 의외의 변수가 필요한 때다.
이 가운데 NC는 12일 선발로 최금강을 예고했다. 롯데는 박세웅으로 맞불을 놨다.
롯데는 1984년 한국시리즈 당시 고 최동원 감독의 역투로 위기를 넘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타선이 끝내 터지지 않는다면 상대 타선을 꽁꽁 틀어막는 방법도 있다. ‘안경 쓴 에이스’라 불리는 박세웅이 최동원의 ‘미친’ 투구를 재현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