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열린 ‘2017 국제 인구 컨퍼런스’에서는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과 각국의 정책이 논의됐다.
1970년 이후 서구 선진국에서부터 시작된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현재 많은 국가들이 직면한 핵심 과제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개빈 존스(Gavin Jones) 호주국립대 교수에 따르면, 한국,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폴의 지난 20년간 합계출산율은 인구대체율(합계출산율 2.1명)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존스 교수는 “이 중 일본만 합계출산율 1.4명 이상을 웃도는 수치를 보였고, 나머지 국가는 전반적으로 그 이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2005년 합계출산율 1.08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래로 초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도 오랜 기간 저출산·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지속됐다. 최근 30년 동안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8명에서 1.4명으로 하락, 지난해 출생아 수는 약 98만명에 그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지역 저출산 현상의 원인으로 ▲소비지상주의로 인한 기대치 상승 및 맞벌이 부부 증가 ▲노동시장 불안 ▲주거비 상승과 주택부족 ▲양육비용 부담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 어려움 ▲가족친화적인 일터 부족 ▲결혼을 해야만 출산하는 문화 등을 꼽았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방법으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개빈 존스 교수는 “저출산 문제는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여러 이슈에 대한 해결과 문화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혁신적인 변화 없이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다, 앞으로 인구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장기적으로 도전과제가 크다”고 말했다.
나탈리아 카넴 유엔인구기금(UNFPA) 총재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출산율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카넴 총재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출산율 감소로 이어지는 경우는, 여성이 매우 불안정한 직업을 가졌을 때, 직장이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지 않을 때, 보육지원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라며 “반대로 여성이 안정된 일자리를 가졌을 때, 직장에서 충분히 일·가정 양립을 지원할 때, 보육지원이 충분이 이루어질 때는 출산율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여성은 남성과 동일한 교육과 임금을 갖고 좋은 직장에서 일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과 삶의 양립 정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앙겔 구리아 OECD 사무총장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강조했다.
구리아 총장은 “OECD 국가 가운데 출산율이 높은 국가들은 여성 고용률이 높은 국가들이며, 이를 통해 일 가정 양립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 모두 부모휴가나 보육정책이 개선돼 왔으나, 직장문화는 그에 맞춰 따라오지 못하며 여전히 긴 근로시간과 유급, 무급 노동에서의 성 불평등이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성 불평등에 맞서 가족친화적 정책과 직장문화를 만들며 이를 유지시키는 것이 개인과 가족의 웰빙과 경제 성장,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바탕으로 출산 및 양육 친화사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강호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올해 36만명 정도 아이가 태어날 것으로 추정되는데 향후에는 연간 45만명이 태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범정부의 역량을 동원해 저출산 대응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