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폭행사건 계기 “의료계 고압적 문화 개선” 지적

부산대병원 폭행사건 계기 “의료계 고압적 문화 개선” 지적

기사승인 2017-10-26 12:51:55

부산대학교병원 지도교수의 전공의 상습폭행 사실이 알려지며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 만연한 고압적인 폭행 폭언 문화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을 통해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산대병원 A(39) 지도교수가 전공의를 상습 폭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부산대병원 노조 등에 따르면 A 교수는 2014∼2015년 전공의 전체 12명 대부분에게 병원과 수술실, 술자리 등에서 무차별적이고 상습적으로 폭행한 사실이 알려졌다.

A 교수의 상습폭행에 시달린 전공의가 12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실상 병원 전공의 전부가 A 교수의 폭행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공의들은 A 교수에게 수술기구나 주먹, 발 등으로 맞아 고막이 파열되거나 온몸에 멍이 들고 피부 곳곳이 찢어지는 피해를 당하자 A 교수의 파면과 해임을 병원 측에 요구했으나 A 교수에 대한 징계는 없었다.

또 A 교수가 보직 교수의 수술을 대신 해주고 전공의 폭행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 되면서 병원이 A 교수의 폭행 사실을 알면서 미온적 태도로 사건을 덮으려 한 것이 아니가 하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A 교수는 폭행 사실이 알려진 24일 경찰의 1차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 밤늦게 병원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병원장이 반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는 인근 경남 창원의 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분만실에서 남자 간호사가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폭행해 피해자가 휴직하고, 해당 교수는 보직 해임 후 향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의 폭행사건 조사 과정에서 해당 교수가 술자리에서 여직원의 볼에 입을 맞춘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같은 과의 다른 교수도 술자리에서 여직원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는 등 성추행 했다는 증언이 잇따라 논란이 됐었다.

이 처럼 병원 내에서 폭행·폭언·성희롱을 당하고도 오히려 타인의 시선, 불이익 등을 견디지 못해 휴직이나 병원을 떠나는 경우가 생기고 있으나 가해자는 대부분이 고작 1~3개월 정직에 그쳐 처벌이 약한 실정이다.

대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전공의 1768명을 대상으로 근무환경 실태 조사결과 조사 대상자의 10.8%가 교수나 선배에게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10명 중 1명은 폭행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 언어폭력 문제는 더 심각해 조사 대상자의 절반을 넘는 67%가 교수나 상급 전공의에게 폭언을 들었으며, 성희롱을 당했다는 응답자는 각각 9.5%, 6.9%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병원 내 의료인의 폭행, 성추행 사건 외 외부인에 의한 폭행 등 사건 사고도 만연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국 9개 국립대학병원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병원 내 보호자나 외부인 등에 따른 ‘폭행 및 난동’, ‘성추행’ 등 사건 사고는 3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폭행 및 난동’이 25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들 병원 중 사건·사고가 가장 많았던 곳은 강원대병원으로 144건, 서울대병원 66건, 충남대병원 32건, 충북대와 경상대병원 13건, 경북대와 부산대병원은 12건, 전북대병원은 11건 이었다.

병원 내 폭행이나 사건사고의 피해자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과 원무과 수납직원 등으로 폭력과 욕설에 무방비로 노출된 의료진과 환자들 보호를 위해 지난해 5월 ‘의료인 폭행 방지법’이 통과됐으나 폭행 방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응급실 등 병원 내 폭행은 다른 환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인 만큼 의료법에 따라 엄격한 처벌이 이뤄져야 하고, 의료인은 안전하게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 조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에 만연하고 고질화된 폭행문제에 대해 의료계 한 관계자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을 폭행한 사실도 문제지만 이를 알고도 묵인한 병원도 문제다”며, “사실관계를 철저히 파악해 개선과 함께 엄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 서부경찰서는 전공의를 상습 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부산대병원 A 교수를 폭행 혐의 등으로 조사할 계획이며 이에 앞서 폭행 피해자인 전공의 12명에 대한 피해자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강민한 기자 kmh0105@kukinews.com

 

강민한 기자
kmh0105@kukinews.com
강민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