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가치기반 의료시스템 전환 과제와 성과 측정’을 주제로 열린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1차의료 강화’가 가치기반 의료로 나아가기 위한 우선 과제로 지목됐다.
‘가치기반 의료시스템’은 한정된 보건의료 재정을 사용함에 있어 비용 대비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의 의료 시스템을 말한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급증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공 의료시스템을 지속하기 위한 가치기반 의료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0%, 미국은 2%, 한국은 4.5%로 높고, 계속 증가하가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년간 보장성 강화를 위해 30조원을 들였는데도 보장성 강화에 실패했다”며 “건강보험의 낮은 수가를 커버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비급여서비스를 높게 책정·개발해서 초과이윤을 냈기 때문”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재 문재인 케어를 앞두고 급격한 의료비 증가 남용, 그리고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핵심과제”라며 “보장성강화와 함께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진료행위에 따라 돈을 내는 ‘행위별 수가제’ 개선에 대해서는 공통된 지적이 나왔다.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험연구실장은 “1차 의료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근원적 요인에 행위별수가제가 있다”며 “지불제도 개편, 인센티브제도 등을 통해 1차 의료의 수입을 높이고 성과에 보상해주는 투자가 필요하다.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를 전제로 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우리나라가 1차 의료를 못하는 이유는 기본진료보다는 행위에 가치가 기울어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어려운 점은 의료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문화라는 점이다. 교육제도부터 고쳐야 한다면 합의하는 것만 해도 오래 걸리는 일이다. 공급자와 보험자, 환자가 모여 단기적 혹은 장기적으로 어떤 의료제도를 만들고자 하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의견을 더했다.
다만, 개선 방안 및 고려할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장수목 건강보험공단 급여보장본부장은 “1차의료를 강화하되 병원 중심보다는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의료로 나아가야 한다. 지불제도를 지역단위로 묶어 통합하는 등 공급자가 제안하는 지불 모형을 만들어 시범사업을 하면 어떨까 싶다”며 “다만 비용과 성과 관점이 상당한 차이가 있는 만큼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타라 키란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단순히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더하는 식의 제도는 효과적이지 않다”며 “의료 제공자들이 환자 케어에 대한 책무성을 가지도록 해야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의사가 환자의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이를 통해 환자가 자기 건강을 관리할 수 있을 때 인센티브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는 “1년 이상 장기간의 결과와 비용에 주목해야 한다. 개별 의사와 진료 환자가 아니라 병원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환자가 필요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일정 기간과 집단이 환자를 책임진 겱과에 대한 보상시스템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첫 단추로 일차의료강화가 필요해 보인다. 환자들의 진료가치 향상을 위해서 지역사회 1차의료, 비대면 시범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통합모델을 만들어서 새로운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면으로 나아갈 예정”이라며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의사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결정이 되도록 정부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