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월 멈추지 않는 코피 때문에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 진료를 받고 7시간 만에 사망한 ‘전예강 어린이 사건’과 관련한 민사 소송 1심에서 유족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제12민사부(재판당 이원신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전예강 어린이 사망에 있어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 유족에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예강 어린이가 대학병원 응급실 내원 당시, 헤모글로빈 수치(4.1g/dL)와 혈소판 수치(9.1 10⌃3/μL)로 심각한 빈혈 상태였고, 맥박수도 분당 137회로 빈맥(頻脈) 상태인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이 농축혈소판·농축적혈구 등의 수혈을 적절한 시간 내에 시행했고,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은 소아혈액종양과와 소아신경과에 협진 의뢰해 회신 결과에 따라 요추천자 시술을 한 것을 고려해 의료진의 과실이 없는 것으로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사가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에 재량을 가진다”며 “병원 의료진이 요추천자 검사를 시행하면서 활력징후 확인이나 산소공급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없고,(요추천자 시설로 인해)망아에게 심정지가 발생해 사망에 이르게 되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전예강 어린이 사망의 주 원인을 기저질환의 악화로 판단한 것이다.
전예강 어린이 유족은 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예강 어린이 유족과 한국환자단체연합은 31일 서울서부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재판 과정의 불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전예강 어린이 유족 최윤주(41)씨는 “의료사고를 냈던 병원을 믿지 못하지만 그나마 법에 기대어 억울함을 풀 수 있다고 생각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않고 기다려왔다. 그러나 어이없고 말도 안되는 결과가 나왔다”며 “소송 중 재판부는 병원에 3억2000만원의 강제 조정을 내기도 했지만 이의신청으로 무마된 바 있고, 진료기록 허위기재 사실도 밝혀내 담당의사와 간호사에 벌금형이 부과됐기 때문에 패소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이 전예강 어린이의 사망에 대한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며, 특히 이번 판결에 해당 대학병원 출신 판사가 참여한 것을 문제 삼았다.
최씨는 “아무리 주심판사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졸업한 의과대학 소속 병원에서 일어난 의료사고를 다루는 재판이고, 해당 전공의들이 배석판사의 후배 의사들이라면 상식적으로 재판을 회피하는 것이 도리”라며 “저는 비록 패소했으나 이런 식의 재판은 앞으로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소송 당사자 병원 측의 의대를 졸업한 의사출신이고 2009년 졸업인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문제 전공의들과 선후배 관계일 수 있다”며 “공정 판단에 대한 법원의 불감증이라고 본다. 이전에도 같은 대학 의사 출신 판사가 관여한 억울한 재판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상호 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해당 병원에서 당시 수혈이 3시간 경과한 후에 이뤄졌는데 이 부분이 소송으로 가면 불리하기 때문에 1시간 40분 앞당겨 허위기재했다고 본다, 그런데 법원이 3시간 후에 수혈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의료과실이 아니라고 본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서울서부지법 관계자는 “해당 병원 출신 판사가 참여한 것은 맞다”면서도 “주심판사는 아니어서 어떻게 (판결에) 영향을 줬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