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시대 빅데이터는 백신? 개인정보권 충돌 어떻게 풀까

IT시대 빅데이터는 백신? 개인정보권 충돌 어떻게 풀까

시민사회 합의 선결돼야…윤리 패러다임 변화 필요성도 나와

기사승인 2017-11-04 00:10:00

빅데이터는 백신과 같습니다.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인구가 참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4차산업혁명을 앞두고 '빅데이터활용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다만 정보 주체인 개인의 권리와 충돌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IT기반 미래보건의료의 법, 제도, 윤리를 주제로 지난 2일 열린‘IT기반 미래보건의료의 법, 제도, 윤리윤형진 서울대 의공학과 교수는 빅데이터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편익을 고려해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 일부를 양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보건의료분야 빅데이터는 공공기관과 의료기관이 보유한 방대한 건강정보를 말한다. 최근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면 건강증진, 질병예방, 보건의료 산업증진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를 개방·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 주체의 합의가 선결돼야한다. 효용성만큼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날 포럼에서는 미래보건의료 시대의 법과 제도, 그리고 윤리 문제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논의가 오갔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시민사회의 의사결정이 배재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건의료분야 빅데이터 활용이 국민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실효성을 충분히 검증한 후 속도나 적응의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치료효과나 삶의 질향상을 입증하는 신뢰할만한 근거와 비용효과성을 담보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만 빅데이터 활용의 오남용 여지를 배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윤미 C&I 소비자연구소 대표는 새로운 기술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수용 여부라며 정부가 빅데이터 정책을 추진하는 단계 속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지향하는 바가 얼마나 윤리적인가 등 지향점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참여 매우 중요하다또한 기술이 구현됐을 때 각 단위에서 발생하는 최종 문제의 책임을 어떻게 나누고 규명할 것인지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김영 사이넥스 대표는 인공지능, 정밀의료, 3D프린팅 등은 물리적 형태가 없는 것들이 나오고 있다. 이를 어떻게 규제하고, 안전성을 평가할 것인지 등 식약처의 대응속도는 느리고 기술의 발달은 너무 빠르다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아니다. 사후관리 시스템 등 우리에 맞는 시스템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관점의 윤리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옥주 서울대 의대 교수는 빅데이터 시대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연구 윤리를 뛰어넘는 시대다. 내가 동의하는 자율성의 원칙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굉장히 많은 알고리즘이 나타났고, 이미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세상이 됐다믿을만한 주체에 의해 정보가 표준화되고, 모두를 위해 선한 목적으로 잘 사용하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개개인의 피해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체계적으로 데이터 관리를 책임지고, 시민사회는 어떻게 생명과 윤리, 안전을 보장할 것인지 제안하고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교수는 공익적 관점보다는 개인의 사적 이익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박 교수는 진료기록 활용에 있어 공익적 관점보다는 개인이 자기정보 활용에 대한 이익을 논하는 사익과 사익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개인의 정보를 축적해서 재산적 가치, 활용가치가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면 의료기관이 개인에게 어느 정도 인센티브를 반영하는 등 정책적인 수단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교수는 맞춤형 의료기기 규제가 사후규제, 행위 규제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옳지만, 현재 기술과 과학 수준에서 잠재적인 리스크가 명확하게 판단되지 않은 상태로 규제를 푸는 것은 위험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장은 공공적 목적에서 빅데이터는 대단히 무궁무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다만 양날의 칼처럼 한편에는 지나친 상업화와 영리적 오남용이 우려된다. 학계와 의료계,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각각의 의견이 다르고 조율하기 힘든 문제라며 빅데이터를 공익적 목적을 중심으로 활용하되 사회적 활용 방향을 공론화위원회 등 여러 의견수렴을 통해 심도있게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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