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에게 선정적 장기자랑 강요 의혹으로 촉발된 성심병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이 ‘갑질’에서 ‘부당 처우’ 등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14일 직장갑질119, 페이스북 간호사 대나무숲 등 따르면, 강동성심병원이 임금체불 관련 처벌 수위를 줄이고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영진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돌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해당 병원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최근 3년간 시간 외 수당, 미지급금 등 직원들의 임금 40억원을 체불한 혐의를 지적받고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바 있다. 이후 처벌 수위를 줄이고자 지난 9월 말 병원 임직원들의 탄원서를 받은 것이다.
탄원서에는 “근로에 대한 임금, 수당 등 관련이슈가 원만히 청산되었기에 저희 병원 이사장님, 병원장님을 위시한 경연진이 일체의 관련 처벌을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기재돼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지난 10월 20일 기준 체불액 240억원 중 64억원만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직장갑질119 제보자들은 체불임금 지급 기준 등이 고지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스탭은 “병원 측이 최대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 검찰과 법원에 제출하기 위한 탄원서를 돌렸다는 제보가 나오고 있다”며 “법적으로 자체 체불 임금과 수당이 얼마인지 일일이 확인하고 모두 정산된 이후에 본인의 의사가 있으면 탄원서를 쓸 수 있겠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고지 과정 등이 생락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과 함께 간호사들의 '부당한 처우'에 대한 개선 요구도 터져나오고 있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간호사들의 부당한 근로 실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이 1만 70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해당 청원문은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하루 8시간 이상, 심할 경우 14시간을 근무한다"며 "초과근무를 해도 추가수당을 받지 못하고 근무시간보다 더 일하는 것이 의례적"이라며 "신규 간호사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장기자랑은 전국에 있는 병원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관행"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사회에 나가서 누구를 위한 혹은 왜 간호사라는 직업과 관련이 없는 해위를 하는지 의문이든다"며 간호사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한편, 직장갑질 119는 성심병원 재단의 근로기준법 위반, 인권 유린 사례 등 제보 내용을 엮은 보고서를 15일 고용노동부에 1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각각 제출할 계획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