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의 아기를 출산하자마자 살해한 뒤 시신을 갖다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지적장애 여성이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는 이 여성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한 국가와 사회도 이 같은 결과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창원지법 형사2단독 김양훈 부장판사는 17일 영아살해‧사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A(36‧여)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수년 전 집을 나왔던 A씨는 초등학교 6학년 정도 지적 수준의 장애 등이 있어서 마땅한 직업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수중에 돈이 있을 때는 찜질방을, 그렇지 못할 때는 노숙을 하며 전전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B(38)씨와 만남을 지속하다가 B씨의 아이를 갖게 됐다.
A씨 배는 점점 불러왔지만 아이를 낳더라도 양육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A씨가 만삭의 몸을 이끌고 찾아간 곳은 산부인과 병원이 아닌 찜질방이었다.
2013년 5월과 6월 사이 어느 날 새벽 A씨는 이 찜질방 화장실에서 첫 번째 아이를 출산했다.
그러나 이 아기는 세상 빛을 보기도 전에 숨졌다.
A씨는 아기의 시신을 비닐봉지에 담은 뒤 쓰레기 더미에 버렸다.
안타까운 비극은 1년여 뒤 A씨가 다시 B씨 아이를 갖게 되면서 반복됐다.
A씨가 두 번째 아이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B씨와 헤어진 상태였다.
지인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A씨는 이 아이 역시 출산하더라도 양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2014년 11월 초 오전 A씨는 지인의 집에서 두 번째 아이를 낳았다.
이 아기 역시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돼 짧은 생을 마감했다.
A씨는 비닐봉지에 담긴 아기의 시신을 한 조그만 공원에 버렸다.
범행 4년 만인 지난 8월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A씨는 영아살해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A씨 변호인은 분만 중이거나 분만 직후 영아가 생존했는지 여부는 A씨 자백 외에는 다른 증거가 없어 법리상 영아살해 혐의는 무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A씨가 출산 전후 과정과 범행 장소와 수법을 사실적이고 구체적, 합리적으로 설명한 점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진술이 일관된 점 등을 토대로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김 부장판사는 “사람의 생명은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할 가치이며, 갓 태어난 아기의 생명 또한 예외일 수는 없다”면서 “사실상 유일하고 절대적인 보호자인 피고인의 두 번에 걸친 범행은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고 장애인으로서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에 따른 극도의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범행한 점으로 미뤄 동기와 경위에 다소 참작할만한 사정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한 국가와 이 사회 또한 법적인 책임은 아니더라도 그 결과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인다”며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