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에 거주하는 김영희(가명·43)씨는 지난해 5월 유방암 진단 받고 투병 생활을 하는 중 남편과 이혼했다. 유방암 수술, 항암, 방사선 등 치료 과정에서 김씨는 온전히 혼자였다고 말했다. 유방암 진단 당시 남편과 두 아들은 김씨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본격적으로 투병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퇴원 후 외래 진료를 받기 시작하고부터는 가족의 식사준비나 가사노동은 김씨의 몫이었다. 김씨는 “몸도 아팠지만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남편이나 아들들은 정해진 본인 스케줄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혼자 버티면서 여자가 아프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유방암 환자 10명 중 1명이 투병과정 중 이혼, 별거 등 가족관계의 해체를 겪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림성모병원은 최근 유방암 환자 358명을 대상으로 유방암 극복과 가족 구성원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유방암 환자의 이혼율은 특히 높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국내 여성의 이혼율은 4.8%다. 반면 이번 조사에 참여한 유방암 환자 10명 중 1명 이상(15.3%)은 이혼, 별거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통계청 자료와 비교했을 때 유방암 환자는의 이혼율은 전체 여성의 이혼율보다 3배가량 높았다.
투병 기간 중 가족에게 섭섭함을 느낀 환자도 전체 응답자 중 3분의 1에 달했다. 유방암 투병 중 가족의 심리적·물리적 지원에 관한 설문에는 33.4% (119명)이 충분치 않았다는 답변이 나왔다. 가족을 배우자 및 자녀, 시댁, 친정 세 그룹으로 분류해 만족도를 분석한 결과 배우자 및 자녀 그룹에 대한 불만족은 9.8%, 친정에 대한 불만족은 11.2%를 기록했으며, 시댁에 대한 불만족은 22%로 가장 높았다.
김성원 대림성모병원장(한국유방암학회 출판간행 이사)은 “40~60대에 여성들이 유방암이 진단될 경우 스스로 간병은 물론 가사와 육아까지 전담하는 경우가 많아 심리적·물리적 어려움을 겪는다. 아울러 경제적 부담이라는 문제가 발생하며 가족의 해체로 이어지기 쉽다”라고 말했다.
유방암 환자 2명 중 1명 (54.2%)은 투병 중 가장 힘든 기간으로 ‘항암·호르몬·방사선 기간’을 꼽았다. 항암·호르몬·방사선 치료는 유방암 수술 이후 짧게는 7~8개월, 길게는 5년 이상 이어진다. 이 기간 동안 가족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지만 문제는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족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점이다.
김 원장은 “많은 여성 환자들이 집에 가면 밥해야 된다면서 수술 후 퇴원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입원 기간에는 가족들이 병문안도 오고 도움도 주지만, 퇴원하고 나서는 환자라는 인식이 옅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방암 환자 80% 이상이 받는 항암치료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크고 괴로운 과정이다. 날 음식을 먹어서도 안 되고 백혈구 수치 저하로 인한 염증이나 감염 위험이 있다. 이때는 입맛도 떨어지고 설사도 잦아져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 최소 3~6개월, 길게는 7~8개월까지는 충분한 간병이 필요하다”며 “또 회복기간 중 간혹 팔이 붓는 림프부종이 나타난다. 이 경우 간단한 설거지만하더라도 팔이 붓기 때문에 가사노동을 제한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