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 1년, 인공지능 암치료 성과는 무엇?

왓슨 1년, 인공지능 암치료 성과는 무엇?

왓슨-의료진 의견일치율 향상…지역사회서 병원 신뢰도 높아져

기사승인 2017-12-06 00:41:00

암진단 인공지능  ‘왓슨’과 의료진의 진단이 서로 다르게 나타날 경우, 임상에서는 어떻게 적용될까.

5일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1년간 암진단 인공지능 프로그램 ‘IBM 왓슨 포 온코로지(이하 왓슨)’을 운영한 결과를 발표했다.

백정흠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암센터(외과) 교수는 “올해 대장암(결장암)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의료진과 왓슨의 ‘강력추천’ 분야 의견일치율이 55.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후향적 연구(48.9%)에 비해 7% 향상된 결과다. 의견일치 범위를 ‘강력추천’뿐 아니라 ‘추천’으로 확대시킬 경우 대장암 환자에 대한 왓슨과 의료진의 의견일치율은 78.8%였다.

백 교수는 “의견일치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의료진이 왓슨의 의견에 동조했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왓슨을 활용한 다학제진료는 일반 다학제진료와 달리 생존율, 합병증, 부작용 등을 시각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다학제진료 의료진 사이에서도 남의 말을 듣지 않거나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왓슨은 기계이다 보니 전문가들이 왓슨의 의견에  원활한 의견수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왓슨의 의견을 보고 의사 스스로 자기 자신을 반추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인간 의사들끼리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휴먼 에러를 줄일 수 있는 좋은 툴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왓슨과 의료진 사이의 처방이 엇갈리는 경우도 종종 나타났다. 전용순 유방외과 교수는 “의료진은 항암치료는 하고, 방사선 치료는 하지 않도록 진단을 내린 환자에 대해 왓슨은 두 가지 모두 시행하라는 진단을 내린 경우가 있었다”며 “왓슨의 추천을 통해 논문 등 관련 데이터를 찾아보는 등 의료진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왓슨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왓슨의 의견과 의료진의 의견을 나눴는데 이후 의료진들도 왓슨을 신뢰하게 되면서 절충안도 생기고 의견이 다를 경우 환자에 충분한 설명을 드리고 있다”며 “왓슨의 진단 범주 안에 의료진의 선택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처방이 극과 극으로 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년간 왓슨과 의료진의 의견일치율이 다소 높아졌으나, 여전히 20%정도 차이를 보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백 교수는 ‘국가별 보험체계에 따른 차이’라고 말한다. 그는 “심평원의 가이드라인이나 국내 보험체계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며 “또 임상시험에 대한 데이터는 왓슨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도 있다. 또한 왓슨에 포함된 가이드라인은 굉장히 방대하다. 그 중 왓슨은 선호하는 것들을 우선순위로 제시하는 것이다. 환자의 상태, 환경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거나,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보험급여내용에 따라 차선책으로 진단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왓슨 도입할 당시 가천대 길병원은 왓슨을 통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1년이 지난 현재 길병원 측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백 교수는 "왓슨 도입 이후에 전국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우리병원에 방문한 환자는 총 37명이었고 이 중  본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는 15명이었다. 나머지는 세컨드 오피니언을 고려하고 타병원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언 인공지능병원추진단장은 "이 결과가 미미해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저희 병원에 방문했다가 빅 5병원으로 옮겨간 환자분들이 많이 줄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본원에 오셨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왓슨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신뢰가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천대 길병원을 비롯해 ‘왓슨’을 도입한 7개 병원은 ‘왓슨’에 대한 추가 수가 적용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왓슨 다학제 진료의 경우 식약처의 의료기기 인증이 되지 않아 수가 항목이 없으며, 환자 서비스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왓슨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될 때마다 식약처의 심사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이언 단장은 “의료기기로 인정돼 수가를 받았으면 좋겠지만 첨예한 문제”라면서 “첫걸음으로 다학제진료를 하되, 인공지능이 개입될 경우 ‘인공지능 다학제’를 만들어 좋은 수가 인정해달라고 건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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