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왜 공공의료에 관심이 없을까.
공공보건의료는 국가를 중심으로 모든 국민에 보장되는 공적영역의 의료기반을 말한다. 공공보건의료에 관련 법률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임무는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 ▲아동과 모성, 장애인, 정신질환, 감염병, 응급진료 등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부족한 의료 ▲질병예방과 건강증진과 관련된 보건의료 ▲교육 훈련 및 인력지원을 통한 지역적 균형을 확보하기 한 보건의료 등이다. 국립병원, 지역의료원, 보건소(지소) 등이 공공의료기관에 속한다.
그러나 사실상 국민들은 자신의 지역에 속한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진단이다.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 JW메리어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4회 공공의료포럼에서 김정숙 건강세상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의료자체는 공공재인데 대부분 민간에서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의료, 공공병원이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고, 나와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시민들이 생각할 때 공공의료는 단순히 취약계층이 가는 병원인 것이다. 진주의료원이 없어져도 나는 민간병원, 상급병원을 이용하면 된다는 인식이 대다수”라며 “다행히 메르스를 겪으면서 시민사회의 공공의료 인식이 바뀌고 있다. 감염병 대응 등 민간병원이 하지 않는 역할 수행을 위해 공공병원 필요가 부각된 것이다. 결국 파편화돼있는 공공의료의 인식, 역할 제반을 국가가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포럼에서 공공의료 전문가들은 향후 공공보건의료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건세 건국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공공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중앙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 정책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 동안 센터 중심으로 많은 사업들이 이뤄졌지만 시, 도 단위로 각각 이뤄져 한계가 많았다”며 “공공보건의료 발전위원회를 구성해서 기존 공공의료분야 집행조직을 통합 관리하는 새로운 역할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료기관이 지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민간의료기관과 역할이 겹치지 않되, 원활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 문정주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공공의료와 민간의료 협력체계 구축 방향으로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에 일차의료 포함 ▲병원이 병원의료에 집중할 여건 마련 ▲정부, 지자체,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제도 개선에 참여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문 교수는 “이탈리아의 국영의료(NHS)는 누구나 이용, 모두에게 평등, 누구나 무상으로 이용하는 의료가 특징”이라며 “이탈리아는 각 주 정부가 보건의료체계를 조직해 시민에게 서비스 이용을 보장한다. 이 체계 안에서 의원,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이 각각 자기의 역할에 따라 협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와 지자체가 보건의료체계에 대해 큰 시각으로 접근해야만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거점병원을 중심으로 공공보건의료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역거점병원은 진료권 내 전체 주민에 필요한 이차수준의 급성기, 아급성기, 회복기 의료서비스를 기획, 연계, 조정,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사회 책임 의료기관을 이르는 개념이다.
임준 가천대의과대학 교수는 “지역의료원을 계획할 때 뭉뚱그려놓은 종합병원이 아니라 지역 니즈에 맞게 재활병원이나 안과병원 등 지역마다 필요한 의료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서울시가 시행한 301네트워크를 소개하며 모든 지역사회에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1네트워크는 지역사회 내에서 어려운 환자를 발굴하고, 이들의 치료와 사회복귀까지 하나의 시스템을 통해 지원하는 보건·복지·의료서비스의 통합 지원체계다.
임 교수는 “301네트워크는 지역거점병원이 전체 지역주민을 책임지는 의료기관이라는 문제의식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며 “전 지역주민의 의료서비스뿐 아니라 복지, 건강증진 등 전반을 아우르는 것이 앞으로 공공의료의 나아갈 방향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손일룡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공공의료 문제는 개별병원 중심 분절적 운영과 공공의료 담당영역이 충분치 못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며 “공공의료 종사자들은 공공의료의 영역을 확실히 하고, 퀄리티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것을 요구한다. 다만 지역주민, 환자, 국민에게 진정으로 원하는지, 왜 그렇게 돼야 하는지, 어떤 혜택이 돌아오는지에 대한 분명한 편익이 제시돼야 납득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손 과장은 “왜 우리 국민들이 대도시의 빅5 병원에 의존하는지 이들이 어떤 근거로 의료를 선택하는지 분석, 대응이 필요하다. 의료의 질이 문제라면 지역 권역핵심병원의 퀄리티를 객관적으로 올려야 하고, 문제의 원인이 단순한 공포증이라면 객관적 데이터를 가지고 의료 수치 등을 제시해야 한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통해 한걸음 진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